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빵집, 커피전문점, 인테리어 매장 등에 가면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기념하는 제품이나 소품들이 즐비하다.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이지만 10월엔 핼러윈데이 분위기가 곳곳에 흐른다.
24일 유통·식품·호텔업계에 따르면 스타필드, 롯데몰, 홈플러스 등 유통업계는 최근 3~4년 동안 핼러윈데이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늘리고 제품 구성도 다양화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관련 상품 출시가 급증하고 판매 기간도 늘었다. 파리바게뜨만 해도 2010년 핼러윈 관련 제품이 3종 정도에 불과했는데 2017년 14종으로 늘었고, 올해는 30종으로 9년 만에 10배 증가했다. 관련 상품 판매 기간도 2010년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6일 정도만 짧게 진행했는데 2017년엔 9일, 올해는 28일로 늘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10월 내내 관련 행사가 계속될 정도로 핼러윈이 일종의 소비 진작 효과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핼러윈 이벤트 음료들은 금세 품절되곤 한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핼러윈데이를 적극적으로 즐기지 않는 분들도 디저트나 베이커리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뿐 아니라 매장의 점주들에게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10, 20대는 주로 놀이공원이나 카페, 호텔 등에서 적극적으로 핼러윈을 즐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따르면 최근 3~4년 동안 매년 10월 방문객 수는 전월 대비 8%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 30대를 공략하는 프로모션도 다양해지고 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는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핼러윈을 주제로 꾸민 레스토랑 ‘카페 395’에서 ‘스푸키 할로윈 디저트 뷔페’를 진행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26일 핼러윈 파티를 열고, 신라스테이는 ‘핼러윈 나이트 패키지’를 출시했다.
핼러윈데이는 영국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고 하루를 보낸 것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종교적인 의미가 더해지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 축제처럼 즐기게 된 게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 색채는 사실상 없고 독특한 분장이나 의상, 각종 소품이나 관련 먹거리로 즐기는 게 일반적이고, 최근 들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그럼에도 탐탁잖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특히 핼러윈데이를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의 기괴한 분장이나 눈에 띄는 핼러윈 의상이 낯설고 때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최모(50)씨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남의 나라 축제에 열광하는 게 자연스럽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김모(36)씨는 “유치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한다고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핼러윈 파티 하루 입힐 옷을 새로 장만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 사교육이 늘면서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본격적으로 즐기는 분위기도 많아졌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윤영(42)씨는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영어학원에서 알아서 오더라”며 “부모가 어떻게 핼러윈에 대해서 알려주고 지도해줘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일부 기성세대에겐 어딘지 거북한 ‘남의 나라 명절’이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4)양은 “중간고사 끝나고 친구들과 핼러윈 복장을 하고 롯데월드에 다녀왔다”며 “시험기간 받은 스트레스도 풀고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김정은(29)씨는 “남의 나라 명절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비판을 들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명절만 챙겨야 한다는 건지 고루하고 답답하다”며 “재밌어서 즐기는 건데 사대주의라든지 마냥 한심하게만 보는 시선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핼러윈이 일상의 특별함을 준다는 점에서 굳이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민아(44)씨는 “스트레스 많은 10대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고깝게만 보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건전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핼러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