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IT 기기의 대명사가 된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약 4600만대였던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가 내년 1억29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년 만에 시장이 무려 세 배로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연결성을 무기로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7부터,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10에서 3.5mm 유선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무선의 대세화’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단연 애플의 ‘에어팟’이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점유율이 53%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가 점유율 8%로 멀찌감치서 뒤쫓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사실상 무선 이어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다.
애초에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을 애플이 열었다. 2016년 9월, 기존의 유선 이어폰을 꽂을 수 없는 아이폰7과 함께 에어팟을 선보였다. 무선 이어폰을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 애플의 전략에 초기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았다. 하지만 이를 써본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점점 커졌고, 길거리에서도 IT기기 겸 패션아이템으로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에 고무된 삼성전자·소니 등 스마트폰 업계와 뱅앤올룹슨·JBL 등 음향기기 전문 업체도 연이어 제품을 출시했지만 에어팟의 아성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과의 결합도 무선 이어폰 업계에 중요한 화두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사용이 간편한 무선 이어폰이 음성 명령을 전달하는 기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갤럭시 버즈는 터치패드를 통해 AI비서 ‘빅스비’를 소환할 수 있고, 에어팟 2세대는 음성으로 ‘시리’를 불러냄으로써 전화 걸기와 문자 전송, 앱 실행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에어팟에는 ‘빔포밍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다른 무선 이어폰보다 음성 전달력이 우수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에어팟 3세대 격인 ‘에어팟 프로’를 연내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어팟 프로는 디자인 면에서 차이가 없던 1·2세대와 달리 방수·방열이 잘 되는 메탈 소재로 새로운 형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음악을 들을 때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탑재 여부도 관심사다. 또 강화된 음성명령 기능과 넓어진 블루투스 사용 범위도 차별화 포인트다. 하지만 에어팟 프로의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100달러나 비싼 260달러(약 31만원)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2인자인 갤럭시 버즈도 지난 3월 출시 이후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개방형’인 애플 에어팟과 달리 귓속으로 꽂아 넣는 ‘커널형’으로 주변 소음을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 갤럭시 S10·노트10 등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뒷면에 올려두면 무선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공유 기능도 장점이다. 16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다 ‘갤럭시 생태계’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4분기 3%였던 점유율은 올해 2분기 8%로 크게 올랐다.
최근 이어폰 단자 없이 출시된 갤럭시 노트10이 높은 판매량을 보인 것도 버즈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고, 시중에서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