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조국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30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전후로 지도부 쇄신론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처음으로 ‘이해찬 책임론’을 공개 제기한 이는 지난 15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의원이다. 이 의원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책임론으로 당 쇄신론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제 공개적으로 이런 의견들이 분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당내에서 (쇄신론과 관련해) 액션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에 한번 지켜보자”고 추가적인 목소리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라며 “너무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또 “이 대표가 워낙 경험 많은 분이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역동성은 떨어진다”며 “오히려 총선을 여러 번 치르면서 ‘내가 해봐서 안다’는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는 이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계속 조국 국면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총선까지 여진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조국 블랙홀에서 벗어나 과감한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지도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 이슈는 조국 사태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도부가 이를 강하게 주장할수록 조 전 장관이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표출돼야 하는데, 이해찬 대표 ‘원톱’ 체제 하의 현 최고위는 무력한 상태”라며 “지금 상황에 대한 지도부의 겸허한 반성이 쇄신론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지도부 쇄신론이 공론화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열린 의총에서도 김해영·박용진·조응천 등 소장파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제 조국을 놓아주자”는 국면 전환 촉구 및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의총 직후 “여당은 결국 총선 때 경제와 민생으로 평가받게 되지 않느냐.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부터 3박5일간 러시아를 다녀온 이 대표는 28일쯤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면담할 계획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지도부 자성론’에 대해 “지도부에 대한 의견들은 의원들과 수차례 면담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것들”이라며 “당대표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이 대표는 마찬가지로 다른 의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 쇄신론이 더 거세지기 전에 예정보다 빨리 총선 영입 인사를 발표해 국면 전환을 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재정 대변인은 “불출마 선언자가 나오는 시점이라 영입 인재 발표 타이밍도 함께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니 좀 일찍 (발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