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쓰비시는 반드시 무릎을 꿇고 저와 많은 사람 앞에서 사죄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린 지 30일로 정확히 1년이 지났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배상 대법원 판결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일본제철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미쓰비시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때 일본인 교장이 내가 공부를 잘하니 일본 가면 선생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갔다”며 “6학년 때 일본으로 가 미쓰비시에서 일했는데 배고파서 힘이 없었다. 한국 사람을 동물 취급했던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토로했다. 이 할아버지는 “1년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국민들이 이렇게 저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민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도 일본 기업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진정서 제출은 유엔이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한 사안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한 것은 처음이다. 진정이 접수되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각국 정부에 공식 서한 등을 보내는 특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민변은 또 국제노동기구(ILO)에 일본 정부와 기업을 정식으로 제소해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끌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제 강제동원을 국제 사회에 고발하는 100만 서명운동도 시작하기로 했다.
민변은 일본에 대해 “비겁하다. 가해 기업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아베 정권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사죄·반성하기는커녕 국제법 위반을 운운하며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기업들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해 판결의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진상규명, 사죄, 법적 배상, 재발방지 등 과거사 해결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30일 이춘식 할아버지 등 4명의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배상 이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7월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 또 8월에는 화이트국가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한국에선 현재까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등 일본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