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려 기도하는’ 예배당, 루스채플에 담긴 뜻 아시나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루스채플 전경. 양팔보 구조의 지붕이 하늘을 향해 들려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정종훈 목사가 지난 5일 루스채플에서 ‘연세대학교 루스채플 이야기’를 집필한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


오래된 건축물은 다양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예배당일 경우 더욱 그렇다. 설계 과정부터 건축공법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신앙적인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가 1974년 세운 루스채플도 그런 곳이다.

‘캠퍼스 복음화의 용광로’라 불리는 루스채플을 지난 5일 찾았다. 깊어가는 가을 풍경이 예배당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독특한 건축양식이 눈길을 끌었다. 지붕의 한쪽 면만 건물과 연결돼 있고 나머지는 허공에 떠 있는 기하학적 형상이다. 양팔보 구조로 불리는 건축양식으로 두 팔 벌려 기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 문양 창살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조화도 뛰어났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고리처럼 보였다.

“기도하고 싶어지는 공간입니다.” 정종훈 연세대 대학교회 목사(세브란스병원 원목실장)가 말했다. 그는 최근 ‘연세대학교 루스채플 이야기’(연세대 대학출판문화원)를 펴냈다. 루스채플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예배당의 이름을 제공한 헨리 R 루스(1898~1967)의 막대한 재정 지원 과정이 책의 초반부에 나온다. 루스재단은 건축비의 80%에 달하는 20만 달러를 지원했다. 당시로선 거액이었다.

파이프오르간과 소장 예술품 소개도 흥미롭다. 루스채플에는 독일 보쉬사의 오르간과 곽상수 교수 기념 오르간이 있다. 곽 교수 기념 오르간은 프랑스 가르니에사가 만든 바로크 오르간이다.

한국화가 김학수(1919~2009) 화백이 2년에 걸쳐 완성한 ‘예수의 생애’ 작품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책에는 김 화백의 작품 사진과 설명이 함께 실려있다. 예배당 외부의 석등과 청사초롱, 평화의 종과 편종 등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116쪽의 책을 읽고 나면 한편의 가이드북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자세하고 친절하다.

70년대 초, 새로운 예배당을 구상하던 대학본부는 ‘동양적인 느낌의 예배당’을 바랐다. 많은 건축가가 도전했다. 최종 당선자는 건축가 김석재(연세대 대학교회) 장로였다. 그의 설계는 파격적이었다. 양팔보 구조의 지붕은 당시 기술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정 목사는 “과감한 도전은 현실이 됐고 4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세대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면서 “무엇보다 기독교 정신의 산실이라는 설립 목적을 충실하게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정 목사는 루스채플을 지탱하는 6개의 기둥에 주목했고 이를 신앙적으로 재해석해 책에 담았다. 그는 “4개의 기둥은 로비에 있고 나머지는 예배당에 있다”면서 “건축학적으로 보면 기둥일 뿐이지만 신앙적으로는 하나님과 교인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하나님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도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둥에서도 대학이 지향하는 기독교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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