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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핵화 재협상 제안받은 北 “마주 앉을 용의 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최근 협상 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다음 달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미 양측이 의욕을 보이면서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결렬됐던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명길 대사는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해 조미(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며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사는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가져와야 협상에 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스웨덴 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협상 시한)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러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가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도 했다.

조건과 우려를 붙이기는 했지만 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한 김 대사의 발언은 전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에스퍼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에스퍼 장관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즉각 내놨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밤 발표한 담화에서 “미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단을 촉구해온 사안이다. 14일 한국에 도착한 에스퍼 장관은 15일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북·미 협상을 진전시켜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하는 한국 측도 연합훈련 축소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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