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투하할 수 있는 카드를 쥐고 1년6개월째 동맹국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 정부 내에선 232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모처럼 미국 수출 호조를 맞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행여나 관세 폭탄을 맞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등의 다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해 동맹국을 상대로 232조를 휘두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32조 파동’은 지난해 5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상무부에 수입산 자동차·트럭·부품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상무부는 지난 2월 수입산 자동차·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간 연기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계산하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은 지난 13일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 요구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진행했고, 이를 잘 이행하고 있으므로 232조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18일 “여러 차례 한국이 232조 적용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해왔고, 미국 측에서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도 “232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용 뻥카(속임수)’”라며 “232조를 적용하면 결국 수입차를 사는 미국 소비자에게 비용 인상 효과를 초래한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미(對美) 수출 호조세를 보인 국내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인기 등에 힘입어 한국의 올해 1~9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11억7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파는 자동차의 절반이 수출이다. 이런 상황에서 232조 적용은 끔찍한 일”이라며 “한국이 (232조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