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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나라와 교회 위한 ‘횃불 기도’ 42년째… 한인 디아스포라 힘모아 선교 힘쓸 때”

이형자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횃불선교센터에서 최근 펴낸 ‘담장을 넘은 평생 기도’를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제공




18세기 영국의 영적 대각성에는 조지 윗필드와 웨슬리 형제의 공헌이 크다. 하지만 셀리나 헌팅던(1707∼1791) 백작부인의 역할도 잊어선 안 된다. 그는 윗필드와 웨슬리 형제의 후원자였으며, 복음을 위해 자신의 재산과 명예를 바쳤다. 한국의 ‘헌팅던 백작부인’을 찾으라면 누가 떠오를까.

나라와 민족,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이끌며, 대규모 선교대회와 집회를 열고 신학교를 설립해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여성. 올해 설립 42년째를 맞은 횃불회 창립자이자 (재)기독교선교횃불재단 이형자(75) 이사장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담장을 넘은 평생 기도’(두란노)를 펴낸 이 이사장을 20일 서울 서초구 횃불선교센터에서 만났다. 이 이사장은 “산봉우리와 마른 가지를 찾아다니며 횃불에 불을 붙이는 사역으로 인생 황금기를 보냈다”며 “어쩌면 제 인생은 ‘횃불’로 요약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동족을 위해 밥을 짓고 잠잘 곳을 마련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서전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의 진가는 이 이사장이 단순히 대기업(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으로서, 자선적 행위로 기독교계를 도운 ‘큰손’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오히려 진짜 큰손은 따로 있으며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었다는 고백을 곳곳에서 녹여낸다. 책은 1977년 3명으로 시작한 기도 모임 횃불회를 통해 목회자와 신학생을 섬기고, 선교계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GCOWE 95 대회’를 개최하고 전 세계 기독 여성들이 모인 ‘워가(WOGA)대회’ ‘한민족디아스포라선교대회’ 등 대형집회를 치러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소개한다.

그는 한인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11년 첫 대회를 위해 2년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책과 자료를 읽고 암기했다고 했다. 실제로 이사장실 책상엔 최근 7회까지 열렸던 디아스포라선교대회 현황표가 비치돼 있었다.

“이 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2105명의 재외동포가 선교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선교지가 따로 없는 시대입니다. 이주민과 난민이 전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176개국에 흩어진 750만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하와이 첫 이민자들이 인천 내리교회에서 나온 게 흥미롭다”며 이런 말도 들려줬다. “아펜젤러나 언더우드 선교사 등 미국 선교사들이 복음을 들고 들어온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들고 나갔습니다. 이제 한인 동포들을 통해 복음의 불모지에 하나님의 생명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책은 이 이사장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외에는 거의 몰랐을 그의 출생과 집안 배경도 상세히 소개한다. 사돈지간 할머니 세 분이 함께 살며 매일 새벽 서쪽을 향해 방언 기도한 이야기, 이화여대 동양화과 입학 전 여고 시절부터 김활란 당시 이대 총장과 우연히 기도 모임을 했던 이야기,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건축된 여의도 63빌딩 건축 뒷얘기도 흥미롭다. 제부였던 하용조 목사가 자신을 처형이 아닌 ‘언니’로 불렀다는 일화도 나온다.

90년대 후반 그의 가정에 몰아쳤던 역경도 가감 없이 기록했다. 이 이사장은 이른바 ‘옷 로비 사건’을 언급하며 “2000년 11월 9일 무죄판결을 받은 이 사건은 ‘옷값 대납 거절 사건’으로 불러야 하는 게 옳다”면서 “남편과 나는 일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 잎이 무성한 나무가 통째로 잘려나간 기분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루터기를 남겨주셨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이 이사장은 책의 끝에 그리스도인의 믿음의 두 날개로 고난과 기도를 꼽았다. 고난의 이유를 묻자 그는 “잘 모르겠다. 아마 하나님께서 나와 가족이 더 주님께 몰입하라고 하신 것 같다”며 “어지간한 고난은 참을 만하고, 참을 만한 고난은 무엇이든 영혼에 유익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책에는 이 이사장 신앙의 중요한 주제가 되는 황금빛이 등장한다. 유치원 시절과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그리고 한민족 디아스포라 사역을 시작하면서 봤던 세 번의 빛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신자라면 저마다 독특한 신앙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이사장은 “2022년 열리는 제10회 한민족디아스포라선교대회까지는 힘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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