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23일 0시를 기해 종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추가적인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과 함께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해 온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공세를 펼치거나 다른 압박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의 대응을 주시하며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곧바로 한국의 안보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1월 지소미아가 체결된 이후 한·일 간 32건의 정보 공유가 이뤄졌지만 대부분 일본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2월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지소미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빌미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향후 미국에 의한 추가적인 압박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공개적으로 강한 실망과 유감을 표명해 왔다. 최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소미아 종료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며 “지소미아는 전시 상황에서 한·미·일 간 효과적,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지소미아 협정 종료 시 “(한·미) 동맹에 생각했던 것보다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리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이런 안보적 우려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1일 “미국은 지소미아를 한·미동맹의 이슈로 보고 있다.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아 중국을 봉쇄하려는 계획”이라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향한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물어 주한미군 주둔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를 통상, 무역 문제로 확대하거나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들어 남북 관계 진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되면 지금도 최악의 상황인 한·일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갈등의 쟁점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일본 기업 배상 판결 문제 해결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박원곤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일 관계를 넘어 동북아 안보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일인 22일 관련 입장을 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미·일 안보 협력은 지속될 것이란 점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부처가 합심해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