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셔터 앞



양손 가득 장을 봐 오는 길에 빼먹은 것이 있어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서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났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야쿠르트만 파는 것이 아니었다. 냉장 카트 안에는 야쿠르트 말고도 종류가 많았다. 나는 야채주스를 골라 계산하면서 편의점에 무언가를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 제가 편의점에 짐을 두고 왔어요. 요즘 정신이 없네요.” 내가 뒤돌아 편의점으로 가려 하자 아줌마는 짐을 두고 가라고, 자신이 맡아주겠다고 했다. 나는 짐을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동카트 옆에 두고서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사이 전동카트가 사라졌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아줌마를 찾았다.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왜 이리로 옮겨 오셨느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식당 아저씨가 거기서 장사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여기서 하면 된다고 했다. 아줌마가 서 있는 곳은 문을 닫은 점포 앞이었는데 내려진 셔터에는 ‘휴무’라고 적혀 있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영업장 앞에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장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장은 드물 것 같았다. 매일 이 시간에 여기 계시는 거냐고 묻자 아줌마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마 이 근방에 있을 거예요. 오전에는 배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옮겨 다녀서 어디 있다고 딱 집어서 말할 순 없어요. 못 찾으면 셔터 내린 가게가 있나 돌아봐요. 셔터 앞에 있을 테니까.” 내가 가려고 하자 아줌마는 내게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잠시 전동카트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아줌마가 내 짐을 봐주시지 않았던가. 아줌마가 화장실에 간 짧은 시간에도 손님이 몇 명 다녀갔다. 나는 내가 구입한 음료인 야채주스를 하나 팔았다. 다른 제품의 가격은 알지 못했으므로 더는 팔지 못했다. 전동카트로 돌아온 아줌마는 전에 급하게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누군가 음료를 훔쳐갔다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서로의 편의를 봐주었던 거지만 아줌마는 내게 야쿠르트를 하나 건네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마시며 야쿠르트 값을 갚기 위해 다음에 한 번 더 아줌마의 전동카트를 봐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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