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도 종료 유예가 일시적 조치임을 인정했다. 다만 일본은 양국이 개최키로 합의한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님을 시사해 진실 공방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양국 합의 내용을 실제와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한 일본 외무성 차관의 사과 메시지를 받았음을 거듭 확인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결정에 대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한국의 입장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언제든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유예 결정을 내렸으나 미국 측 입장이 달라 논란이 일었다.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 이후 “미국은 지소미아를 갱신(renew)한다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협정을 조건부 유예시킨 게 아니라 온전히 연장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노 방위상의 이날 발언으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양국 간 합의된 내용임이 확인됐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일이 개최에 합의한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와 관련해 “재개 이외에 합의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정책대화가) 조치(수출규제 강화) 철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경산성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 직후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한국 제외 조치에 당장 변화는 없다”고 발표했다. 경산성이 다시 한번 완강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한·일 간 진실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소미아 논란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차관은 “일본 측으로부터 유감스러운 언론보도가 잇따랐다”며 “이런 식의 대응이 반복되면 앞으로 외교 협의를 하는 데 있어 한층 더 세심한 주의와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또 “지난 22일 오후 6시 동시에 발표키로 했지만 일본은 7분 정도 지연했다”며 “경산성 발표 내용도 당초 합의했던 내용에 더해 여러 가지 부풀리는 듯한 내용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국내적 언론플레이는 협상이 끝난 후 여유 있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를 불러 경산성의 태도를 강하게 질책하고 외무성 차관에게 사과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 차관은 “외교 경로를 통해 그러한 사실에 유감을 표시했고 해명과 유감을 접수했다”고 답했다. 사과 논란에 대해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 차관은 “외교 교섭을 이어가야 하니 지켜야 할 외교적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헌 권중혁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