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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찰기 4대 띄우며 촉각… 北 ‘새로운 길’ 결정 앞두고 조용



이달 초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던 북한이 예상과 달리 조용하게 성탄절을 넘어갔다. 내년에 제시할 ‘새로운 길’과 관련한 중대 결심을 앞두고 여전히 내부 숙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끝나고, 내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될 때까지 최대한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 3일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으면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25일 밤까지도 북한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이 강조해온 연말 시한이 사실상 도래했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좌초 위기에 놓였지만 성탄절 당일에 바로 도발을 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북한이 ‘도발 경고’를 통해 군사적 긴장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성공한 만큼 도발 카드를 금방 써먹기보다 미국과 주변국의 움직임을 추가적으로 봐 가며 다음 카드를 고민 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자신들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온전히 지킨 뒤 신년 초에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기정사실화한 듯 성탄전을 전후해 정찰기 4대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리벳 조인트(RC-135W),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 4대의 정찰기가 24~25일에 한반도 상공 등지에서 대북 감시·정찰비행에 나섰다.

미국이 하루 이틀 사이에 정찰기 4대를 동시에 띄운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함과 동시에 고강도 감시태세를 보여줘 북한을 압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성탄절을 그냥 지나치면서 연말 도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는 도발할 가능성이 낮고, 도발을 감행해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고강도 도발보다는 낮은 수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과거에도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자중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ICBM 발사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군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B ‘글로벌호크’를 도입한 데 대해 “첨단 살인 장비”라며 “인내심을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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