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협상 가능한 맛



어머니와 함께 비건 카페를 방문했다. 집에서 가깝진 않았지만 친구가 추천한 식당이었으므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소풍 가는 마음으로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예쁜 간판을 단 비건 카페에 도착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이미 외국인 손님들이 한쪽 테이블을 메우고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메뉴는 커피,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류부터 햄버거, 피자, 파스타, 볶음밥과 같은 식사류까지 다양했다. 모든 음식은 육류, 어패류는 물론이고 달걀, 버터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다고 했다. 고기를 넣지 않은 햄버거는 언뜻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손님의 테이블에 놓인 햄버거는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햄버거 패티로는 콩으로 만든 고기를 넣은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뚝배기 콩불구이와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뚝배기 콩불구이에도 소고기처럼 보이는 콩고기가 들어 있었다. 물론 맛은 소고기와는 달랐다. 콩고기는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토마토 파스타에는 고기가 아닌 버섯이 들어가 있었는데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맛을 내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어머니는 음식을 반쯤 먹다가 말했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서 좀 낯설긴 하다. 덜 자극적이니까.”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우리는 음식을 조금 남겼다. 어느새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무엇보다 그 공간을 메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곳은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셀프’로 이루어졌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것도, 다 먹은 다음 식기를 반납하는 것도 스스로 해야 했다. 벽에는 운동선수, 영화배우와 같은 유명한 채식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들처럼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될 자신은 없었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고 비건 식당에 자주 오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나오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래도 동물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괜찮은 맛 아니었어?”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협상 가능한 맛이었어.”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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