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세계경제포럼 50돌



스위스 동부의 산악 휴양지 다보스는 19세기 중엽 폐 질환 요양지로 개발됐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대표작 ‘마(魔)의 산’의 무대가 이곳이다. 다보스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 덕분이다. 매년 1월 말 이곳에서 열리는 WEF 연차 총회는 ‘지구촌 엘리트의 장(場)’이다. 전 세계 정치·경제·학술계, 시민사회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정치와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WEF와 한 몸 같은 사람이 클라우스 슈바프(82) 창립자 겸 회장이다. 독일 태생인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국가 간, 사회 내 갈등이 조정되지 않고 폭발했을 때의 참혹한 결과와 전쟁과 평화의 극단적 대조를 목격했다. 슈바프 회장의 아버지는 스위스 회사의 직원이어서 가족들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었다. 전시에도 중립국인 스위스 국경만 넘으면 거짓말같이 평화로운 삶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슈바프 회장이 ‘대화를 통한 평화’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도록 했으며 WEF 창립으로 이어졌다.

WEF는 1971년 결성된 유럽경영포럼(EMF)이 뿌리다. 독일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슈바프 회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하며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유럽기업들이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EMF를 창립했다. 73년부터 참석 대상을 전 세계로 확장했고, 74년 1월부터 정치인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76년 회원 기준을 ‘세계의 1000개 선도 기업’으로 설정했다. WEF로 명칭을 바꾼 것은 87년이다.

WEF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수많은 회의(conference)와 포럼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포럼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려면 연회비 60만 스위스프랑(약 7억18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신청이 늘고 있다. 올해는 WEF 창립 50돌이어서 더 관심이 쏠린다. 21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총회에는 전 세계 국가정상, 국제기구 수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석학 등 3000명이 모인다. 올해 주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주주 이익과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된 현 자본주의는 초연결사회로 진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주주, 종업원, 지역사회,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자본주의로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