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관광에 관한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 곧바로 방북하는 방식과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 외국인을 상대로 한 남북 연계관광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개별관광이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등 세 가지 형태의 개별관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이나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은 국내에서 곧바로 가는 방식으로, 개별관광객이 북한이 운용하는 관광 프로그램에 돈을 내고 관광하는 것이다. 현대아산이 주도했던 단체관광의 경우 ‘벌크캐시’(대량 현금) 유입 가능성 때문에 대북 제재에 걸리지만 개인이 여행비를 지급할 경우 제재를 피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방북 시 지불하는 비용은 숙박비·식비 등 현지 실비 지급 성격으로 대량 현금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외국환거래법상 휴대 금액 규정(1만 달러 이하)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은 중국 등 외국 여행사를 이용해 평양과 양덕, 원산·갈마·삼지연 등을 방문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등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비자(개별사증)를 발급받으면 고향방문 등을 위한 방북을 승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 연계관광은 외국인이 남측 동해안 지역 등을 관광한 뒤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측으로 넘어가 금강산 등을 관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카드로 개별관광을 꺼내든 것에 대해 한·미 공조에의 악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개별관광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와 유럽 국가 시민들이 대북 개별관광을 하고 있다”며 “별도의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우리 개별관광에 들이댈 필요 없고, 들이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관광하러 가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등을 반입하는 경우 제재 위반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스마트폰 등 반입 경우를) 제재 대상으로 보기 어려우나 유엔 제재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며 “관련 고시에 근거해 대북 제재 금수품 및 반출 금지·제한 품목을 휴대하지 않도록 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가장 중요한 관광객 신변 안전 문제에 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본격적인 관광 재개 시 남북 당국 간 포괄적인 신변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방북 승인 대상자 선별 시 현행법상 기준을 준수하고, 사전 방북 교육 강화와 우리 측 안내원 동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관광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현재까지 없어 북한이 어떤 식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