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육·해·공군 3군 지휘부가 모여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방부는 3∼4월 예상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지난해처럼 규모를 조정해 시행하고, 북한과 대화 여건이 마련되면 비무장지대(DMZ) 내 초소(GP)를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보고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계룡대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군사대비태세를 현장점검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궁극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난해 우리 군이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초소 단계적 철수, 남북 공동 유해발굴 등 9·19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동맹과 관련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고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정보 공유, 공동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작전능력을 갖춰 책임국방을 실현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갖추는 데 있어서도 차근차근 계획대로 단계를 높여나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방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3~4월에 기존 ‘키리졸브’ 연습을 규모를 줄여 ‘동맹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에는 한·미 협의에 따라 훈련 규모 등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또 올해 전작권의 ‘실질적인 전환 단계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반기에 이뤄질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에 전군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했다.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첫 국방예산 50조원 시대, 넘볼 수 없는 군사력 건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국방’ ‘건강하고 안전한 병영’을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미국의 드론 작전(이란군 실세 제거작전)이 있었다”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드론 관련 기술과 전력화 수준을 물었다. 정 장관은 “무인기는 각 군에서 이미 운영 중이며, 중고도 무인기는 개발이 완료돼 조금 보완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문 대통령 앞에서 안티드론(Anti-drone) 무기인 레이저 대공무기 시제품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2016년부터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가 실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무기는 레이저 빔을 드론에 집중적으로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해 가열한 뒤 표적에 불을 붙여 격추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단장 문병욱 육군 대령, 헝가리 유람선 사고 구조작전대대장 강기영 해군 중령 등 지난해 군에서 활약한 ‘숨은 영웅’들과 함께 계룡대 대회의장에 입장했다. 이어 실시간 영상으로 육·해·공 현장지휘관과 레바논 동명부대장으로부터 군사대비태세 관련 보고를 받았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