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뇌중추신경계 침범 가능성이 제기됐다. 감염자의 두통과 구토 등은 이로 인한 것이며 뇌신경계 침범이 주로 코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마스크로 코를 잘 가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지린대 의대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뇌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뇌중추신경계를 침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나 폐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중국 우한시 중환자실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코로나19 환자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을 꼽고, 바이러스의 뇌중추신경계 침투가 코로나19 환자의 급성 호흡부전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환자들은 첫 증상부터 호흡곤란까지 평균 5일이 걸렸다. 이 정도 시간이면 바이러스가 뇌 속 뉴런(신경세포)에 들어가 신경계를 파괴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보이는 두통, 구역·구토 등 신경학적 징후들이 바이러스의 신경계 침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국내 전문가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동의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코 등 호흡기로 들어간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충분히 증폭되면 혈액을 타고 흘러다니면서 뇌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 추락사하는 사고에 대해 인플루엔자의 중추신경 침범 때문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방 교수는 “코로나19의 신경계 침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가능한 감염 초기에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다만 “코로나19는 코뿐 아니라 입, 눈을 통해서도 옮는 만큼 코를 통한 감염 예방만 부각돼선 안 되며 마스크로 코와 입을 함께 철저히 가리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