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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경찰과 마약범 잡으며 ‘박사방’ 계획 짰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사진)씨가 지난해 6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자신이 경찰과 함께 마약사범을 검거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마약범들의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적었던 사실이 30일 알려졌다. 조씨가 마약사범의 범행 수법을 자신의 사기·성착취 범행에 그대로 사용하면서 경찰과의 협업이 마치 사전 조사를 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조씨는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 거래는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같은 보안 메신저로 이뤄진다”며 “경찰이 구매자인 척 접근하면 검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유통업자들은 누가 언제 두고 갔는지 특정하기 어렵게 ‘던지기’라는 수법으로 빠져나간다”고 적었다.

조씨는 그러면서 “몇 년 전 필자가 심심풀이로 마약사범을 잡고자 수도권 강력계 형사들과 협력한 적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이어 “마약 판매자를 설득해 약속 장소를 잡았고 당일 경찰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대기했다”며 피의자 검거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현장 사진까지 게재했다. 조씨는 실제 2018년 인천에서 마약사범 관련 신고를 하고,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신고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조씨가 마약사범들의 범죄 특징이라며 올려놓은 내용은 모두 조씨가 1년 넘도록 자신의 범행에 사용해 온 수법이다. 조씨는 철저하게 텔레그램과 위커 등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로만 범행을 저질렀고, 구매자가 보낸 가상화폐를 환전한 돈은 아파트 소화전에 넣어두게 하는 던지기 방식만 사용했다.

이 때문에 조씨가 범행을 본격적으로 저지르기 전 경찰과 함께 마약사범 검거에 동행하면서 경찰이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하고, 범죄자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을 미리 탐문해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를 통해 마약사범들의 범행 수법을 일부 배웠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은 조씨가 박사방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6개월 전인 2018년 12월부터 온라인에서 마약과 총기류를 판매한다며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씨가 제보자로 위장해 경찰의 범인 검거 과정에 동행하면서 자신의 범죄를 계획하거나 점검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씨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성착취물을 만든 것처럼 이중적 성향을 보였을 수 있다”면서도 “자신이 저지를 범행을 염두에 두고 미리 경찰을 상대로 시험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도 “조씨가 제보자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범죄를 계획하거나 점검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경찰을 따돌릴 수 있겠다는 등의 내용을 학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경찰과 함께 범인을 검거했다는 글을 자신이 한창 범죄를 저지르던 시기에 올린 것”이라며 “경찰을 정말 우습게 알았거나 경찰 내부에 신뢰관계가 형성된 인물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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