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지난달 초 대구시의 요청으로 상담 인력 13명을 대구로 파견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된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업무였다. 장병들의 병영 생활을 돕던 전문 심리상담관들이 자원해 내려갔다. 상담은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이뤄졌다. 상담관 13명은 이 기간에 하루평균 400여명, 모두 합쳐 8500여명의 자가격리자들과 2200여시간 동안 대화했다. 가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들은 전화통을 붙잡고 울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책했다. 상담관의 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 60대 여성은 “엊그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다. 박미현(48) 상담관은 “괜찮다고 하는 목소리가 슬프게 느껴져 안부를 물었더니 남편이 돌아가셨다며 울음을 터트렸다”고 했다.
노모를 떠나보낸 한 자가격리자는 “어머니를 모시고 링거 맞으러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어머니가 감염됐다”며 자책했다. 어느 80대 여성은 남편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자 “왜 나만 살아 있느냐”며 울었다. 그는 격리된 상태여서 남편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했다.
가족이라고는 단 둘뿐이었는데 홀로 남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홀어머니와 살던 한 여성이 그랬다. 둘 다 확진 판정을 받아 따로 격리됐는데, 어머니가 입원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전경옥(36) 상담관은 “애통한 마음을 토해낸 이 여성에게 이후 다가올 감정들에 대해 설명하고 추후 개인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며 “통화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지만 적극적으로 상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정관신(58) 상담관은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불안과 우울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 상담관은 “마음의 상처가 커져 있는 대구 사람들은 그동안 참았던 슬픔을 얘기했다”며 “‘가슴에 있던 돌덩이가 내려가는 것 같다’는 말에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