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한국형 수출 모델’을 세웠다. 국제 사회에서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는 진단키트와 손세정제 등 의료·위생용품과 K팝, 한국 드라마 등 온라인 콘텐츠 수출을 총력 지원키로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리 잡은 비대면 확대 등의 ‘뉴노멀(표준)’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재편한 것이다.
정부는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날 수출 대책의 슬로건을 ‘위기를 기회로’로 정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수요가 증가한 의료용품, 위생용품, 건강식품, 홈쿠킹, 홈뷰티, 청정가전, 디지털 장비 등 7개 상품군에 대해 수출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들 상품군에 대해서는 마케팅과 금융, 인증 등 다방면에 걸쳐 관계부처들이 일대일 밀착지원을 하고, 해외에 있는 ‘브랜드K(정부 공인 중소기업 브랜드) 전용관’ 입점에도 우대를 해준다. 정부가 사실상 종합상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지난달 한국산 진단키트와 손소독제 수출은 1년 전보다 각각 117%, 604% 급증했다.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해 전 세계 121개국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고 그 가운데 35개국에 대해 수출이, 31개국에 대해 인도적 지원이 각각 이뤄지고 있다. 화장품과 PC 등 디지털 장비 수출은 코로나 사태 중에도 꾸준한 강세를 이어왔다.
정부는 아울러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늘어난 온라인 콘텐츠 수출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통·번역과 현지 플랫폼 진출 지원 등의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 등 8개국에 있는 코트라 무역관을 한국산 온라인 콘텐츠 수출 지원의 거점으로 정했다.
‘IT 강국’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수출 관련 상담과 계약, 수출신고 등 모든 과정을 비대면(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원 체계도 구축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해외에 있는 코트라 무역관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무역협회 지부 등에 화상상담 인프라와 통역·컨설팅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온라인 무역 전시회도 추진한다.
코로나 사태로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수출 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도 ‘36조원+α’ 규모로 확대했다. 이 가운데 30조원은 수출 보험·보증을 감액 없이 1년 만기 연장하는 데 투입한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기 부양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수주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금융도 ‘5조원+α’로 편성한다. 과거에는 이런 무역금융 지원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됐지만, 대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수출 기업의 긴급안정자금 보증 등 유동성 지원도 1조원가량 추가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