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입국자들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자 정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해외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증상 전파 위험에 대비해 역학조사를 보강하고, 격리해제 후 재확진되는 사례를 관리할 지침도 마련할 방침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8일 미국발 해외유입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최근 그 수가 증가하자 13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 모두 3일 내 검사를 받도록 한다고 12일 밝혔다. 기존에는 14일 자가격리 후에 증상이 있을 경우만 검사를 했다. 무사증 입국 제한 조치도 이날부터 적용된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미국발 입국자의 확진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미국 지역사회 위험도가 증가하는 상황이라 감염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49.4%(459명)는 해외유입 사례였다. 이 중 미국발 입국자는 228명으로 전체의 49.7%를 차지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전일 대비 32명 발생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만512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의 75%(24명)는 해외유입 사례였다.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보다 중앙 정부의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해외입국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무증상 시기에 발생하는 2차 감염에 대해서도 심층 조사를 진행해 역학조사를 보강할 계획이다. 무증상 전파는 두 가지 경우다. 감염 경과 내내 무증상인 환자가 타인에게 옮기거나 증상 발현 전에 옮기는 경우로 나뉜다. 방역 당국은 후자의 경우 전파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증상 발현 전에는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으나 지난 3일 입장을 바꿔 증상 발현 이틀 전까지로 역학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무증상기에 전염시킨 사례에 대한 보고가 있기 때문에 발병 전 무증상기에도 어느 정도 전염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무증상기에 전염력이 있다고 하면 현재 유증상자를 중심으로 한 사례 조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각의 사례를 두고 무증상 전파인지 아닌지 판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무증상 전파일 수도 있고, 증상이 있었지만 경미해 무증상 전파라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격리해제 후 재확진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날까지 111명이 격리해제 후 재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를 권고하거나 보건소의 모니터링 강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확진된 경우 전파력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전염력이 소실된 채 몸속에 남아있던 바이러스 유전자의 조각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