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앵글속 세상] 코로나에 시든 꽃잎… 5월엔 활짝 피어날까

탁석오 대표가 지난달 25일 경기도 고양 ‘장미이야기’ 농장에서 장미밭을 갈아엎고 있다. 코로나19로 졸업·입학 시즌이 사라지면서 출하량이 급감하자 새로운 장미 품종을 심기 위해서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원당화훼단지 공동선별장 앞 야적장에 폐기된 장미들이 버려져 있다.


지난 8일 새벽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장미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절화업계 성수기인 지난 2월에 총 경매액이 27%나 줄면서 판로를 찾지 못한 농가가 많아졌다.


탁 대표가 지난달 30일 장미꽃을 잘라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장미 수요가 크게 줄어 가격도 폭락했다.


지난달 25일 장미이야기 농장에서 직원이 장미를 자르고 있다. 출하 시기를 조절하기 어려운 장미 농가는 코로나 사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마당에 장미 좀 안 팔리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경기도 고양 절화농장 ‘장미이야기’의 탁석오 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꽃꽂이, 꽃다발, 화환 등의 용도로 줄기째 잘라 쓰는 꽃을 절화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졸업·입학 시즌이 자취를 감춰 절화농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두 달치 전기료 700만원이 밀렸고 매출은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대로면 올해 내내 빚에 시달려야 한다.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탁 대표는 40년간 장미만 바라보고 살았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과 고양 일산 호수공원의 장미공원 조성 사업에도 참여했다. 장미는 수확기가 정해져 있어 분화와 달리 출하 시기를 조절하기 어렵다. 해마다 졸업·입학철에 맞춰 출하를 준비해온 터라 올해처럼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수요는 없는데 넘치는 생산량에 가격은 곤두박질했다. 1속(10송이)에 1만원도 넘던 장미가 1300원에 팔렸다. 탁 대표는 농장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장미밭을 갈아엎었다.

탁 대표는 인근 화훼농민과 함께 애지중지 재배해온 장미로 꽃바구니를 만들었다. 고양 명지병원과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누구보다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더 힘겨운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그가 바이러스에 맞서는 방법이었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