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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분담금 내가 거부” 확인한 트럼프… 고민 깊은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잠정 합의안을 자신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 간 협상 상황이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집단해고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SMA 합의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큰 비율을 지불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SMA와 주한미군 감축을 연관시키는 것을 두고선 “관계가 없다”고 했다.

앞서 한·미 협상단은 6개월 협상 끝에 한국 측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1조389억원) 대비 10% 이상 인상토록 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최근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협상 초기 미국 측이 요구한 50억 달러보다 크게 낮은 액수로 합의하면서 우리 협상단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측이 제시한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새로운 합의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20대 국회 임기 내 SMA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장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대량 해고 사태도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무급휴직 대상자는 전체 한국인 근로자 9000여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45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주한미군은 기지 기능 유지를 위해 3000여명을 필수 인력으로 분류해 한시적으로 출근하도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의 무급휴직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자동해고 조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21일 “한·미 양국이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해고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 협상단은 수시로 통화하면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0% 이상의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꽤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조만간 한·미가 본격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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