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뉴스 댓글 규제로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 악성 댓글이 점점 줄고 있다. 국민일보가 22일 네이버 뉴스 댓글 규제 강화 50일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욕설 등 규정을 미준수한 댓글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댓글창이 정화됐다”는 긍정적 반응 속에 전문가들은 ‘넛지 효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5일 연예 댓글을 잠정 중단했다. 특정 연예인을 비방하는 댓글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어 19일 뉴스 댓글 작성자의 댓글 이력을 전면 공개했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선 지난 2일에는 본인 인증 뒤 댓글을 쓰는 본인 확인제를 적용했다.
지난 9일에는 뉴스 댓글에서 특정인을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같은 날 스포츠 댓글 이력 공개도 시작했다. 지난 50일간 일반, 연예, 스포츠 3가지 분야 뉴스 서비스에서 댓글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뉴스 포털로써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이버가 인권 보호, 소모적 정치 논란, 공론장 정화 등에 소홀하다는 사회적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댓글 이력 공개일인 4월 9일을 중심으로 이전, 직후, 최근을 보면 댓글 건수는 140만건에서 70만건 안팎으로 절반 가까이 줄고 규정 미준수 비율은 0.4%에서 0.2%대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규정 미준수로 삭제된 건수는 다른 사람의 신고나 욕설 등으로 네이버 자체 기준을 지키지 않은 댓글이다.
전체 댓글 건수가 줄어든 것은 이용자들이 좀 더 신중하게 댓글을 쓰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삭제한 건수가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서 10%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이런 추이와 연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대체로 책임감 있는 댓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이력 공개 후 일명 ‘네티즌 수사대’는 허위로 추정되는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댓글을 쓴 아이디를 집중적으로 찾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개학 관련 기사에서 자신을 중3 남학생으로 소개했던 이가 n번방 사건 기사에서는 본인을 3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경우다. 이 글은 ‘네이버 댓글 공개 대참사’라는 제목으로 네티즌들의 주요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또 반대로 이야기하는 한 네티즌의 글은 “정신착란을 일으킨다”고 품평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네티즌 A씨는 “네이버 댓글이 많이 정화됐다. ‘일베’들이 도대체 어디서 노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넛지 효과라고 평가했다. 넛지 효과란 부드러운 개입으로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22일 “댓글 이력 공개로 ‘내가 댓글을 어떻게 쓰는지 남들도 보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해 상스러운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댓글 환경 변화를 위해서는 플랫폼 변화와 함께 ‘사이버 시민의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지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현행 댓글 제도에 ‘페널티’ 제도가 추가되면 댓글의 역기능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제가 있는 특정 댓글이 신고돼 조치되면 그 댓글을 작성한 사람이 일정 기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댓글과 관련해 필요한 규제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최근 본인 확인제에 대한 설명에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며 익명성과 책임성의 가치를 균형 있게 지켜가겠다”고 했다.
강주화 김성훈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