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더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을 두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이 할머니와 정의연은 이 할머니의 요구사항이었던 위안부 역사 교육관 설립과 한·일 학생교류 등의 방안을 담은 내용을 다음달 중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이사장은 지난 26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이 할머니를 만났다. 이 할머니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할머니께서 먼저 정의연 측에 ‘앞으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려오라고 제안했다. 만나서는 3시간 넘게 자신의 생각과 요구사항 등을 이 이사장에 전달했다”면서 “이 이사장은 앉은 채로 가만히 듣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의연 관계자도 “(대화가 끝난 뒤)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정대협은 고쳐서 못 쓴다”고 강한 어조로 정의연을 비판해 왔던 이 할머니가 마음을 돌린 데는 주변인들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두 차례의 기자회견 이후 주변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이제는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활동 방향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조언을 드렸고, 할머니도 이를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다만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언급은 양측 모두 없었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윤 의원 없이도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은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회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지난 26일 정의연 회계담당자에 대해 4차 참고인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압수수색과 자료 요청 등으로 확보한 회계 자료에서 발견된 의문점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윤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