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일 전했다. 북·미 간 대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뜻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유럽연합(EU)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나는 인내심을 갖고 남·북·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동안 어렵게 이룬 남북 관계의 진전과 성과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게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 관계 악화, 북·미 관계 교착에도 남·북·미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미국에도 전달됐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미국 측에 전달됐으며, 미국 측도 공감하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방한을 추진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관련해 “지금과 미 대선 사이에 아마도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한 바 있다. 청와대 설명과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북·미 관계를 견인하기 위한 남북 협력을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보건 협력과 철도 연결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진척이 없고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자 다시 북·미 회담으로 초점을 이동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큰 그림이 남북 대화와 별개로 움직인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 큰 틀 안에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