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커지면서 이 분야 영역을 확장하던 네이버 등 국내 IT 업계는 글로벌 공룡의 등장을 예의주시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페이스북이 이커머스 플랫폼 ‘페이스북 샵스’의 국내 출시 소식을 알린 데 이어 구글도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시장 진출을 연내 계획 중이다. 페이스북은 26억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SNS 서비스를 넘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른바 ‘브랜딩-광고-커머스’를 통합한 모델로, 사용자는 구매를 원하는 브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접속해 제품을 모아 보거나 공식 사이트로 이동해 주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샵스의 미국 출시 한 달여 만에 8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만 3000만명 이상인 유튜브도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튜브 ‘쇼핑 익스텐션’ 베타 서비스 출범을 알렸다. 유튜브 광고 영상 하단에 ‘SHOP NOW(지금 쇼핑하기)’ 버튼을 삽입해 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튜브 측은 “전 세계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유튜브도 새로운 마케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입지는 튼튼하다. 지난달 내놓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멤버십·포인트·통장 서비스 등으로 플랫폼에 사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발현될 경우 파급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역시 이커머스 사업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쇼핑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자의 시장 진입으로 당장 국내 업체들이 위축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이커머스와 국내 소비자가 인지하는 서비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빗발치는 고객 불만을 해결하는 등 현지화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정착하기 어려운 만큼 SNS 사용자들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플랫폼 정도에 머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IT 업체들의 공격적 행보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이들이 광고 수익에 이어 거래 수수료까지 독식하게 될 경우 국내 업계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한국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기업들”이라며 “전 세계 좋은 상품을 자사 플랫폼에 유입시킴으로써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