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K방역의 배신



전국 교회에 대한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 조치가 24일 오후 6시 해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발표하고 10일부터 시행한 이 조치의 핵심은 교회 소모임과 음식 제공 금지, 출입명부 작성 의무화, 위반 시 최고 300만원의 벌금 부과였다. 코로나19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온 교회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일부 지자체가 교회의 방역수칙 위반을 신고하면 포상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충격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교회를 신천지 취급한다’ ‘교회가 잠재적 범죄집단이냐’ ‘교회발 집단감염을 침소봉대했다’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섭섭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목회자와 교인들이 많았다.

정부가 10일 취한 조치의 배경과 동기는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정부가 선도하고 국민들이 협력하고 참여해온 K방역의 흐름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K방역의 핵심으로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꼽았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도시폐쇄 국경폐쇄 외출금지 같은 강제 조치 없이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해왔기에 세계 각국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0일 조치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이었다. 교회 소모임은 방역수칙을 아무리 잘 지켜도 무조건 금지했다. 나아가 교인들이 교회 외부 카페나 식당에서 셀모임이나 교사모임을 갖는 것까지 금지한 건 더 설득력이 없었다. 카페나 식당에서 교인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이는 것이나 일반인이 모임을 갖는 것은 무방한데 교회의 공식 모임만 금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이들 모임 사이에 코로나19 감염이나 방역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전국 시·도별로 감염 상황이 다른데 교회발 집단감염이 전혀 없는 지역까지 일률적으로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한 것, 방역수칙을 잘 지켜온 교회와 느슨한 교회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규제한 것도 과잉조치였다.

특히 벌금 300만원이라는 형사처벌을 앞세워 교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은 교회가 어떤 곳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권위주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이었다.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서 주민과 함께 호흡한다. 이웃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행동은 삼갈 수밖에 없다. 방역수칙을 소홀히 하거나 경계를 느슨히 한 교회가 일부 나왔다고 해서 이를 전국 교회로 일반화한 것은 잘못이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면 방역에서도 강제력을 동원하기보다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게 K방역답다.

정부는 10일 조치에 앞서 교계와 소통했다고 했지만, 개신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교회는 불교나 가톨릭과 달리 중앙집권적 지도부가 없다. 단일 조직이 아니며 교파나 교단이 다양하다. 전체로 보면 교회들의 느슨한 연합 내지 연대에 가깝다. 대표적 연합기관으로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있지만, 전국 교회에 지시나 명령을 내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곳은 아니다. 교계와 제대로 소통하려면 한교총에 참여하는 주요 교단 지도부로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국난 앞에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현장으로 달려가 묵묵히 기름 묻은 바위를 닦았다. 저출산 극복, 자살 예방 등에도 앞장섰다. 한국교회는 K방역에서도 든든한 우군이었다. 많은 교회가 방역 당국이 제시한 7대 방역수칙 이상으로 방역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자체 방역이 어려운 작은 교회들을 도운 곳도 많다. 모이는 예배가 어려워지고 재정적 어려움이 커졌는데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들을 구제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이 오해하거나 실수해도, 무시하거나 홀대해도 한국교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국의 조치가 서운하고 섭섭해도 K방역이 성공하도록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그런 곳이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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