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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ARM, 엔비디아 품으로 가나



반도체 설계 분야 1위 업체인 ARM의 새 주인이 누가될지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유명한 엔비디아(NVIDIA)가 인수에 가장 근접한 사업자로 꼽히면서 인수가 실현될 경우 반도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블룸버그·닛케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RM의 인수를 타진하면서 수주 안에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선 ARM 가치가 550억 달러(약 65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하면서 매각이 실현될 경우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RM은 손정의(사진)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지분 75%, 비전펀드가 25%의 지분을 보유한 업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손 회장은 최근 우버·위워크 등 스타트업 투자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손실로 ARM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ARM은 삼성전자·퀄컴·애플 등에 모바일용 반도체의 기초 설계도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IP(지식재산) 판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하면서 “인생 최대의 베팅”이라고 했다.

업계는 세계 최대 GPU 설계 제조사 엔비디아가 ARM의 CPU(중앙처리장치) 설계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미래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한층 앞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ARM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던 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등은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수익 확대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RM의 현 주인이 반도체 업계와는 중립적 관계인 소프트뱅크이기 때문에 지금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ARM이 경쟁사로 편입될 경우 사업 파트너보다는 견제 대상이 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지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 후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사용료를 높게 책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ARM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업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업계는 ARM 인수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시도할 경우 독과점 우려로 각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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