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회서 동성애자 고용 거부했더니 차별금지법 위반

한 청년이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는 정의당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3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금지 시행령(Employment Equality Regulation 2003, Sexual Orientation)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에 따라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에 대한 고용에 있어 차별이 금지되었다. 이 동성애 차별금지 시행령은 이후 2006년에 제정된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 2006)에 모두 포함되었고, 2010년에는 이를 전면 개정(Equality Act 2010)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완성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금지 시행령에 따라 2006년 동성애자가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영국 성공회 청소년 사역자(Youth Officer) 채용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했으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며 헤리퍼드 교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성공회 교회를 상대로 제기된 동성애자와 교회 간 최초의 소송 사건이었다.

존 래니는 부스브릿지의 성 세례요한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자로 일하였고, 그 후 성공회 노르빅 교구에서 교회와 관련한 청소년 사역을 했다. 2001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영국 성공회 체스터 교구의 청소년 사역자로 일했다.

이 기간에 그는 남성 파트너와 동성애 관계에 있었고, 이로 인해 교회와 마찰이 있었다. 체스터 교구는 그에게 성적 파트너와 사역 중에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했지만 래니는 동성 파트너를 택하고 사역을 내려놓았다. 그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성애 관계에 있었다가 2006년 부활절 동성 파트너와 헤어진다. 그리고 헤리퍼드 교구의 교회 청소년 사역자로 지원했다.

면접을 거친 후 ‘교리상의 이유로 불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래니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헤리퍼드 교구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동성애 인권운동 단체인 스톤월이 래니에게 소송비용 지원을 했다.

영국 고용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동성애 차별금지 시행령상의 불법적인 직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채용 면접을 진행했던 주교는 래니에게 “이성애든 동성애든 양성애든 트렌스젠더이든 상관없이 혼인 외에서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최종적으로 고용재판소는 성공회 교회가 래니에게 4만7000파운드(약 85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래니는 “승소해서 기쁘다”면서 “영국 성공회 내에서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레즈비언 게이 기독교인들이 공평하고 존중받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사용자가 모집·채용을 할 때 동성애(성적 지향)와 트랜스젠더리즘(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10조 등) 이에 따라 교회, 신학교, 선교단체, 종립학교, 기독교 언론사 등이 종교 교리와 건학 이념에 따라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채용을 안 하면 차별금지법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의당 안 제3조 제2항 제1호의 예외 규정을 근거로 존 래니 사건이 한국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판결 내용을 잘 모르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사건 판결 근거가 된 영국의 동성애 차별금지 시행령은 동성애자 채용과 관련해 종교단체에 대한 예외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고용재판소는 교회에 예외 조항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영국 고용재판소는 예외 조항의 적용을 위해선 엄격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 기준에 따라 예외 인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종교단체의 동성애자 채용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주는 조항이 분명하게 있었음에도 법원은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정의당 안에는 영국처럼 종교단체에 예외를 인정해 주는 문구 자체가 아예 없다. 정의당 안 제3조 제2항 제1호의 예외 규정도 “특정 직무나 사업수행의 성질상 그 핵심적인 부분을 특정 집단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행할 수 없고, 그러한 요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돼 있다. 만약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되면 교회가 동성애자를 채용하지 않은 것이 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인터넷 언론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 분야에서 교계가 우려하는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은연중에 목회자들과 교회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오판하도록 유도하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교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이런 행위에 대해 분명하게 분별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전윤성 미국변호사 (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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