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10인 이상의 모든 실내외 모임이 제한되고, 공공·민간기관은 필수 인원 외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된다. 가뜩이나 올해 내내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돼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모씨는 27일 “지금 일하는 사람이 2명인데 인원을 10명으로 통제하면 손님은 8명만 받으라는 거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재난지원금 뿌려서 재정도 거덜났는데 상인들 죽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거냐”며 “그때그때 땜질식 정책에 지쳤다”고 했다. 이 식당은 코로나19 전까지 아침마다 직장인이 빼곡히 들어찼던 곳이지만 이날 아침엔 40대 남성 한 명만 국밥을 먹고 있었다.
3단계 거리두기가 실시되면 사실상 모든 실내 시설이 영업중지 위기에 처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백모(24)씨는 “우리 헬스장은 20명 정도를 수용해야 간신히 유지될 수 있는데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평소 점심시간에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 짬을 내 운동을 해 왔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임에도 단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이미 지친 상태다. 강북구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최모(65)씨는 “관리비가 6개월째 밀려 물값도 제때 못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사우나 출입기록명부에는 지난 21일부터 1주일간 244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하루 평균 30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최씨는 “2차 재확산 후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해고하고 아내랑 둘이 번갈아 일한다”고 했다.
10명 출입 제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씨는 “씻으러 온 사람한테 ‘당신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씻으세요’라고 정할 수 있겠나.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통제하라는지 모르겠다”며 “완전히 탁상행정”이라고 답답해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동은 상호작용에서 나오는데 교류 자체를 막는 3단계에 이르면 경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다”며 “경제와 방역의 줄타기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 교수는 “여태까지 소비 증진이 곧 경제성장이라는 공식이 있었고 재난지원금도 그런 의미로 지급됐는데 감염병으로 이 모델이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며 “맹목적인 성장방식을 반성하고 장기적인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