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김민성] “알바비 모아 무작정 떠난 유럽 유학… 오롯이 하나님만 찬양하니 길 열려”

바리톤 김민성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대회의실에서 자신의 앨범 ‘후애’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김민성이 2016년 11월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선보인 가족오페라 ‘스타구출작전’에서 손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월간리뷰 제공
 
김민성(오른쪽)이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배비장전’에서 사또 복장을 입고 연기하는 모습. 월간리뷰 제공


짙은 눈매와 또렷한 이목구비, 만화책 주인공 같은 모습의 30대 성악가가 뿜어내는 목소리는 웅장했고 울림이 컸다.

지난 20일 ‘아트팝가곡’ 앨범 ‘후애(厚愛)’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 바리톤 김민성(36)의 모습이다.

김민성은 프랑스 국립오페라센터(Cnipal) 국비 장학생 졸업, 마르세유 국립음악원 성악과 석사 수석 졸업 등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지난해에는 대경대 연극영화뮤지컬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기도 바쁜 가운데 이탈리아 마리아 말리브란 국제콩쿠르에 나가 당당히 1위를 했다. 자신을 담금질하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이뤄낸 결과다.

그런 그가 지난 5월부터 여의도순복음은혜교회(이태근 목사) 성가대 지휘자로 헌신하고 있다. 유튜브로 접한 그의 노래에 감명받은 이 교회 한 권사가 무작정 그를 섭외한 것이다. 강권에 이끌려 시작했지만, 대면 예배가 재개되는 요즘엔 적극적으로 나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성가대를 꾸려나가고 있다.

오롯이 하나님만을 찬양할 때면 어김없이 필요한 길을 열어 주시는 하나님을 만났고, 찬양이 주는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를 만나 신앙과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아트팝 가곡이란 장르가 궁금했다. 김민성은 “‘내 영혼 바람 되어’란 곡으로 유명한 김효근 교수께서 처음으로 사용하신 단어”라며 “기존의 전통 한국가곡이 가진 예술성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히고 대중성을 더한 장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번 앨범에 담긴 그의 노래 ‘후애’도 서정적인 발라드 선율과 가곡 특유의 고급스럽고 웅장한 선율이 한데 어우러졌다.

‘내 봄날의 저녁 창가 그대는 느린 눈으로 오시네’ 같은 서정적 가사에도 눈길이 갔다. 후애는 조현정 시인의 ‘4월의 눈’이라는 시에 박대웅 작곡가가 선율을 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에게 남겨진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화자가 찾은 치유의 시간, 고귀한 사랑을 오롯이 담아낸 시였다. 김민성은 조현정 시인의 허락을 얻고, 직접 ‘깊은 사랑’이란 뜻이 담긴 ‘후애’란 제목을 붙였다. 김민성은 “직접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랑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정의를 내려 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보다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을 사람들 각자의 해석에 맡길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보다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에서 만난 하나님의 사랑과도 맞닿아 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의 길을 가기로 한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원 유학생 시절까지 음악가로 사는 삶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그에게 하나님은 ‘음악’이라는 비전을 계속 품게 하셨다. 신앙은 연세대 성악과 재학시절 이철행 여의도순복음교회 갈릴리성가대 지휘자의 제안으로 교회에서 몇 번 솔리스트로 서게 되면서 갖게 됐다. 어렸을 적 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이셨던 할머니 곁에서 귀동냥으로 설교와 찬양을 들으며 컸기에 익숙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그는 신앙심 좋은 친구들을 따라 각종 찬양 집회나 청년 치유 집회에 참석해 눈물로 기도했다. 집회 때 받은 은혜로 일주일을 살게 되는 힘도 얻었다. 기도할 때마다 ‘음악 없이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2011년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단돈 3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갔다.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언어를 배웠다. 한 달간 빵으로만 끼니를 때우느라 목소리도 잘 안 나왔지만, 꼬박꼬박 교회 예배와 기도 모임에 나가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찬송가를 부를 때면 해결 안 되던 발성법이 깨우쳐지는 경험도 했다.

이후 프랑스로 넘어가 입시를 준비했다. 면접 때는 교인들 앞에서 부른다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진정한 심사위원은 하나님이란 생각으로 부른 탓일까. 하나님은 프랑스 국립오페라센터와 마르세유 국립음악원 성악과 진학의 길을 열어주셨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유수의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 ‘리골레토’ ‘레미제라블’의 주역으로도 무대에 올랐다. 김민성은 “성악가로서 달란트가 많지 않은 저를 이끄신 건 오직 하나님”이라며 “내려놔야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음악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많았지만 찬양을 부르며 가사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찬양을 부를 때만큼은 즐거움이 넘친다고 말하는 그다.

이제 그의 눈은 그동안 받은 은혜를 담은 찬양앨범 발매와 찬양전도사로서의 비전으로 향하고 있다. 김민성은 “제게 변함없는 행복을 주시는 하나님을 오롯이 담아 그를 찬양하고, 그 찬양으로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제가 부른 찬양을 듣고 불신자들이 교회로 나오는, 제 찬양이 전도의 도구로 사용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김민성은 “기도하며 겸손한 자세로 하나씩 배워 나가고 싶다”며 “‘항상 깨어있으라’ ‘강하고 담대하라’는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아갈 김민성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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