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무료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접종 시작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구체화된 공급 물량과 시점을 바탕으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비를 무료로 하되 시행비는 우선접종 권고 대상자에 대해 무료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비와 별개로 접종 시행비는 일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이 맞을 백신의 종류를 스스로 정하거나 임의로 여러 번 무료 접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은 “3200만~3600만명가량을 우선접종 대상자로 추정하고 있다”며 “관계부처를 통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또 4개 제조사의 백신을 효율적으로 보관·유통하기 위해 통합 유통센터나 물류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확보한 5600만명분 이외에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정 청장은 “면역의 지속력 등 불확실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가 물량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접종 비용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접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도입 물량과 시기, 접종 우선순위의 구체화가 꼽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민 누구에게 언제까지 어떻게 접종을 받으라고 할지 정해 안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접종 기관을 지정할 땐 특히 신뢰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백신의 플랫폼과 접종 방식, 유통 및 보관상 주의점 등이 제각각인 만큼 접종 기관들을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접근성을 위해 대상자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종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농어촌 주민이나 거동이 어려운 요양병원 입소자를 위해 차량을 활용한 이동식 접종을 하는 식이다.
접종을 시작한 뒤의 소통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확률적으로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인과성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밝혀야 1년에 걸친 ‘전 국민 접종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접종 시작 후 1주일간 불과 500여명만 백신을 맞았다”며 “국민의 백신 신뢰가 떨어지는 사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 이후 발열이나 통증 등이 상당한 빈도로 나타나는 만큼 한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진은 시기를 분산해 접종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저온유통 체계도 보강 대상으로 꼽혔다. 정 교수는 “(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유통을 잘 준비해야 한다”며 “거점 위주의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이미 초저온 유통체계 준비에 나섰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용마로지스는 영하 20~30도에서 운송할 수 있는 특수차량 400여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특수용기까지 더하면 영하 70도의 운송 조건도 충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초저온은 평택 창고에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공간과 승강기를 확보했다.
송경모 권민지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