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영성 작가] 삶의 고통에 직면하라 그때 영혼은 성장한다

게티이미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스콧 펙(1936~2005·아래 사진)은 인간의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위해 글을 써온 인물이다. 1978년, 마흔두 살에 쓴 첫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심리학과 영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책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한 후 공개적으로 크리스천으로의 개종을 선언하고 심리학에서 종교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최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할 정도로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성공을 발판으로 ‘끝나지 않은 여행’ ‘그리고 저 너머에’ 등을 내놓으며 신뢰받는 영성 상담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만난 많은 환자이자 동료들의 도움으로, 심리학에서 기독교로 전향해 가는 과정과 영적 성장의 과정을 책에서 유추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삶은 문제의 연속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삶은 고해(苦海)다”라는 문장으로 출발한다. 스콧 펙은 삶이 힘들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고통은 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삶이 편해야 한다고 여기면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적인 문제들에 굴복하는 이유는 문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스콧 펙은 고통을 해결하는 모든 과정은 의미가 있다며 고통과 직면하라고 말한다. 문제에 직면할 때 없던 용기와 지혜가 생기며 이때 영적·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문제에 부딪히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진다. 사실은 이때 용기와 지혜가 생겨난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오로지 문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람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자극하고 지원해야 한다.”(‘아직도 가야 할 길’ 중)

스콧 펙은 책에서 인간의 정신 문제들의 발생 기원을 추적하고 고통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자기 훈육법’을 일깨워준다. 그는 문제해결에 중요한 도구인 훈육으로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기’ ‘책임지기’ ‘진리에 대해 헌신하기’ ‘균형 잡기’ 4가지를 제시한다. 그리고 훈육이란 도구를 사용하려는 의지, 즉 사랑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기 훈육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무조건 상대에 대해 희생하려 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며 상대에 대한 지나친 의존감도 사랑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리라고 지적한다. 사랑은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이자 두터운 책임감이며, 사랑은 바로 보도록 일깨우는 힘이며 사랑은 느낌이 아니고 훈련되는 것이자 정신 치료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단순히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분별 있게 주고, 마찬가지로 분별 있게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분별 있게 칭찬하고, 분별 있게 비판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평안하게 해 주는 것과 더불어 지각 있게 논쟁하고 투쟁하고 맞서고 몰아대고 밀고 당기는 것이다. 그것은 지도를 해야 하는 관계다. 지각 있다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판단은 본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아직도 가야 할 길’ 중)

스콧 펙은 약간의 역설을 이용해 은총의 개념을 설명한다. 교통사고 범죄 질병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이 우리의 인생을 위협하지만 그 모두를 피해올 수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은총이 아닌가. 은총은 대가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감사할 일이다. 그는 은총의 섭리를 이해하며 영적으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감을 고백한다.

“은총이란 인간의 의식 세계 바깥에서 생겨나 인간의 영적 성장을 돕는 강력한 힘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힘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인간의 의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 뿐 즉 그것이 없는 곳이 어디인지만 알 뿐이다.…기적들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의식적 의지가 아닌 어떤 힘으로 도움받는 것임을 보여준다.”(‘아직도 가야 할 길’ 중)

또한 그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즉 성장하려는 의지는 어린 시절의 부모 사랑뿐 아니라 삶 전체에 미치는 하나님의 사랑인 은총에 의해서도 자란다는 것을 믿게 됐으며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책에서 말한다. 부모로부터 애정결핍이라는 외상을 극복하고 부모보다 훨씬 나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은총 때문이란 것이다.
 
은총에 귀 기울이기

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은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은총의 실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라고 말한다. 즉 “부름을 받은 자는 많지만 선택받은 자는 적다”라고 한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모든 사람이 은총의 부름을 받지만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부름에 귀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 극소수의 사람만이 은총의 부름에 귀 기울이는가. 우리의 ‘게으름’ 때문이다. 그는 영적 성장에 꼭 필요한 고통을 피하려 하거나 쉬운 길을 택하려는 게으름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그는 ‘자아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단언하며 사랑의 반대말이 게으름이라고 정의한다. 또 게으름을 ‘원죄’의 개념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지 말아라’는 하나님의 율법 뒤에 숨은 이유를 묻지 못한 진정한 까닭은 게으름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것. 하나님과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 말이다. 죄의 본질은 바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에 있다. 아담과 하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스콧 펙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또는 고통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가는 능력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일생 ‘자기 훈육’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 때문에 진정한 자기계발서의 장르를 구축한 저자라고 평가받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훈련과 사랑, 자비와 공동체 추구 등의 정신적 영적 유산을 남겼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성장의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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