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관련 용어는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단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와 연관된 무역이나 정치, 외교 관련 용어들은 영어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쉬운 우리말로 충분히 다듬어 사용할 수 있는 용어들이 많은데도 습관적으로 영어 표현을 그대로 옮겨 사용하는 말들도 많다.
무역 관련 분쟁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직접 제재를 넘어 제재 대상의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나 기업까지도 제재를 하는 방식이다. 강력한 이 제재는 ‘제 3자 제재’라고 다듬어 사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화이트 리스트’는 ‘수출 심사 우대국’으로, ‘컨틴전시 플랜’은 ‘비상 계획’ 등으로 바꿔 쓰는 것이 의미를 더 명확히 전달해준다. 또 외교 용어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하는 말로 흔히 쓰는 ‘파트너십’은 ‘동반 관계’로 대체해 사용해야 한다. ‘쿼터’는 ‘한도량’ ‘배당량’ ‘할당’ 등의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비슷한 흐름을 보여야 할 두 가지 경제 요소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 ‘디커플링’도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 용어다. 이를 ‘탈동조화’라는 말로 다듬어 사용하면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또 지소미아(GSOMIA)처럼 영어 앞 글자를 딴 말로 사용하기보다는 본래 그 말이 뜻하는 ‘군사 정보 보호 협정’ 등으로 풀어서 사용하면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글로벌리즘’은 ‘세계통합주의’ 혹은 ‘세계화주의’로, ‘노 딜’은 ‘합의 없는’ 혹은 ‘결렬’로 다듬은 말을 사용하면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