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를 실제 표심보다 부풀리는 조직적인 오류가 있었다. 여론조사 형태와는 상관없이 전화 면접이든 인터넷 조사든 이런 오류가 나타났다.”
미국여론조사협회(AAPOR)는 지난해 미 대선 여론조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기관이 18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도는 거의 모든 주에서 실제 득표율보다 평균 3.3% 포인트 낮게 나왔다. 또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 격차는 결과적으로 3.9% 포인트 부풀려졌다. 이는 40년 만에 가장 큰 오차라고 한다. 여론조사업체들이 승자(바이든)는 간신히 맞췄지만, 세부 내용에선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2016년 대선 때 승자(트럼프) 예측을 틀려 망신살이 뻗쳤던 미 여론조사업계는 4년간 절치부심하며 지난해 대선에 임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조사·분석 방법을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하지만 2016년과 마찬가지로 ‘샤이 트럼프’를 충분히 잡아내지 못했다는 게 AAPOR의 분석이다.
그러나 AAPOR은 이런 문제를 초래한 원인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래서 다음 선거에선 무엇을 고치면 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답이 있었다면 업체들이 알아서 풀었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의 응답과 실제 투표 내용이 다른 유권자들이 지금처럼 많이 있는 한 여론조사의 오류는 바로잡기 어렵다. AAPOR은 “박빙 승부에서 결과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하려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의 정밀도는 자주 소비자들이 상정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를 놓고 혼란스러운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선 국면을 맞아 온갖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제각각이다. 실제 유권자들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것인지, 조사 방법상의 문제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론조사의 홍수 속에서 민심은 둥둥 떠 있는 듯해 갈피를 못 잡겠다.
천지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