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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의 컬처 아이] 미술 국가대표 뽑는데 정부는 빠져라



2022년에 치러질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져 심사를 다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국제 행사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총괄한다. 예술감독 선정위원회는 현대미술 전문가인 외부 인사 5명과 당연직인 문체부 예술정책관, 문예위 사무처장 직무대행 등 내부 인사 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사태는 외부 인사 중 1명인 지역 공립미술관 관장이 최종심에 오른 4명의 후보 중 2명과 같은 기관에서 몸담고 있고, 이는 제척 사유가 된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문예위는 해당 선정위원을 배제하는 선에서 강행하려다 거듭되는 문제 제기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비전문가인 정부 인사가 두 명이나 직접 표결에 참여해 결과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뒤집거나 바꾸겠다는 정치적, 관료주의적 의사표시로 읽힌다.” 민원인이 제기한 이런 문제의식은 일리가 있다. 예술감독을 뽑는 선정위원의 자격에 제척 사유가 있는지 걸러내지 못한 운영의 미숙함도 문제이긴 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관행처럼 자리 잡은 기형적인 선정위원 구성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선정위원에 정부 인사가 당연직으로 참여한 것은 2009년부터다. 현대미술 제전에 비전문가인 정부 인사가 관여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시스템이 이명박정부에서 되살아난 이유를 모르겠다. 이는 실질적인 정부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요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국정농단 주역이었던 최순실 주변의 차은택-김종덕 라인 관여설로 잡음이 일었던 것이 그런 예다.

황희 문체부 장관과 박종관 문예위 위원장은 올해 3월 문예위의 자율 운영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공적 지원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관련 운영 규정에서 당연직 공무원의 참여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일보를 내딛는 건 어떤가. 정치가 개입하지 않을수록 미술은 국제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 인사가 빠진 자리에 해외 미술계 인사를 참여시켰으면 한다.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두 상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과 프랑스 패션업체 에르메스가 주는 ‘에르메스 미술상’이다. 두 미술상은 심사위원에 해외 미술계 인사를 절반씩 채운다. 그런 개방성은 국내 정치의 개입 여지를 줄여 공정성으로 이어진다. 또 미술계를 놀라게 하는 파격도 낳는다. 40대에게 주어지던 에르메스상은 올해는 28세 여성작가에게 돌아가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글로벌 감각을 가진 해외 인사의 심사 참여는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국제적 행사에 특히 필요하다. 올림픽에 걸맞은 지구촌 차원의 사유가 예술감독에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근년에 진행된 베니스비엔날레를 지켜봤을 때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한국 근대화와 민족주의 담론에 갇혀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대부분의 국가관들이 기후위기 문제나 이주민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문예위의 환골탈태는 빠를수록 좋다.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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