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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선진·신흥국 ‘K자 회복’ 우려속… 美는 웃는다





1월 5.1%→2월 4.1%→3월 5.8%→4월 6.0%→5월 6.1%→6월 5.6%

블룸버그 통신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기대감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전년 대비 기저효과 등을 반영해 추산한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의 월별 성장률 추정치로 성장 모멘텀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던 인플레이션 기대 확산 공포와 더불어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강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경기 모멘텀 둔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4%로 예상됐던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6.5%에 그치고 중국의 7월 제조업 PMI(구매자관리지수)가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실제 수치에서도 모멘텀 둔화 조짐이 확인된다.

커지는 선진국과 신흥국 ‘폴트라인’

국제금융센터는 2일 보고서에서 “현재 고물가와 변이확산에 따른 성장둔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에 각국 정책당국들도 긴축과 부양 중 어느 정책을 취해야 할지 혼란스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고서는 하방리스크로 변이 바이러스 영향이 큰 신흥국의 생산차질, 글로벌 물가 동반 상승과 함께 노동공급의 구조적 제약, 한계기업의 부실화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 확산 시에도 중증으로의 전환비율이 낮아 경제활동 위축이 제한적이지만 신흥국은 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70.8) 말레이시아(66.6) 베트남(66.3) 필리핀(53) 인도네시아(49.2) 브라질(64.9) 아르헨티나(68.4) 등 아세안과 남미의 보건 접근성 및 품질지수(HAQ)가 서유럽(86.8) 등 선진국보다 상당한 열위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백신접종 차별화 영향 등을 지적하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 ‘차별적인 회복’ 우려 차원을 넘어 폴트라인(fault line·단층선)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IMF는 7월 보고서를 통해 4월에 비해 선진국 성장률은 0.5% 포인트 상향한 반면 신흥국 전망치는 0.4% 포인트 하향시킨 점이 예사롭지 않다. 전체 성장률 전망치 6%에는 변함이 없으나 선진국과 신흥국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7%로 글로벌 평균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이 57.5%로 선진국을 넘어 신흥국 부진은 결국 글로벌 경제 전체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물가 상승 압박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줄어듦과 동시에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해온 빅테크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성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그동안 노동시장 완충 역할을 해온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팬데믹을 이유로 노동시장 재진입을 꺼리고 있어 노동수급 불균형 가속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팬데믹 발생 이후 정부 주도로 시행된 금융기관의 기업여신 연장 조치가 점차 해제되면서 수익성이 취약한 기업의 부실화 도미노 가능성도 숙제로 남아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델타 바이러스 확산 등이 현재까지 경기회복의 추세 자체를 꺾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그러나 하반기 거시경제의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게 미진할 경우 자산가격이 고평가된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소지가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 심화 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재정여력이 소진된 신흥국에서의 경제 금융시장 불안 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의 고통이 미국엔 호재?

신흥국의 고통은 달러를 찍는 미국엔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2019년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에 위협을 받아온 달러 가치가 올들어 2.36%나 점프한 데서 엿볼 수 있다. 연초부터 진행된 인플레 압력 확산이 미 연준의 조기긴축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최근들어 신흥국에서 투자자 이탈현상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으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CI(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환산한 미국 주가는 올들어 16.6% 상승했는데 이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MSCI 상승률(5.9%)보다 3배 가량 높다. 기관투자자 대상 컨설팅 그룹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가 조사한 7월중 북미지역 투자자신뢰지수(ICI)는 105.1로 5월과 6월의 98.7, 95.8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아시아 지역 ICI가 같은 기간 100.7, 91.8, 87.0 등으로 크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ICI는 실제로 진행된 위험자산 투자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투자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 지역 주식형펀드가 6월 이후 2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데서도 아시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올들어 7개월 동안 미국 주식 예탁금으로 5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1년치 금액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미국은 조기 긴축 예고만으로 달러 값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의 교육관련 기업 단속 등 자본시장 장악 조치 여파로 신흥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점도 미국으로선 뜻밖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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