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웹디자이너가 자신의 기독교적 신념에 반하는 동성혼 커플용 웹사이트 제작을 주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이유로 강요했다며 현지 법원에 낸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반동성애 진영에선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 판단이라고 비난했고, 국내 전문가는 미국과 비슷한 법이 입법 추진 중인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와 한국크리스채너티투데이(CTK)는 미 제10순회항소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로리 스미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웹사이트 제작 및 마케팅 회사 303크리에이티브를 운영 중인 웹디자이너 스미스씨는 2016년 9월 콜로라도주차별금지법(CADA)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위헌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현지 지방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듬해 스미스씨가 이 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그의 신청을 기각했다. 스미스씨는 이에 불복해 2019년 10월 제10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법원 역시 “303크리에이티브가 전통적인 결혼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하더라도 동성 결혼을 축하하는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하고 이성 결혼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CADA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면서 “콜로라도주는 불법적인 차별을 포함한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발언을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스미스씨를 대변하는 비영리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ADF)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스미스씨 등 303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의 종교적 신념이 정부와 다르다고 해서 정부가 그들의 신념에 어긋나는 예술 작품을 만들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정부에 동의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차 항소에 나서겠단 뜻도 전했다.
ADF는 이 사건이 과거 같은 주에서 동성 커플의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 소송에 휘말린 잭 필립스씨 사례와 유사하다고 봤다. ADF는 “미국 대법원은 2018년 6월 필립스씨의 손을 들어주며 콜로라도주정부 관료들이 필립스씨의 종교적 신념에 ‘허용할 수 없는 적대감을 보였다’고 비난했다”면서 “같은 방식으로 스미스씨의 신념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앙에 따른 동성애 반대 의사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 제정이 추진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길원평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은 1일 “평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평등법이 제정되면 개인의 자율과 신앙,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길 위원장은 “법이 제정되면 신앙에 따라 동성애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이고, 소송에 시달리게 되면 표현과 종교의 자유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