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행복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매체로부터 주입받은 행복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이다. 손경민(혜천기념교회 음악·은광침례교회 협동) 목사가 작곡·작사한 CCM ‘행복’은 성경이 말하는 행복은 뭘까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대전 작업실에서 만난 손 목사는 행복 가사의 모티브가 됐던 2015년 어느 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복음을 위한 음악인 모임 ‘아이빅밴드’(IBIGBAND·I Believe In GOD)에서 예배인도자로 활동하며, 밴드가 운영하는 실용음악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손 목사는 아이들에게 성경적인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손 목사는 “아이빅밴드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학생들과 채플을 드린다. 인도자들이 돌아가면서 말씀을 전하는데 전 아이들에게 부, 명예 같은 행복하면 떠오르는 언젠가 사라질 불완전한 조건 말고 참 행복의 조건이 뭔지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우리말 성경에서 행복이 들어가는 구절을 모두 찾아봤다. 30개 정도가 나왔다. 그 중 손 목사가 가장 와 닿았던 말씀은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한 사람이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냐”라는 신명기 33장 29절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선 이스라엘 백성에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여호와의 구원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을 주라 부를 수 있고, 죄로부터 구원을 받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묵상은 후에 행복의 주요 가사가 됐다. 손 목사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라며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면 행복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성경을 보면 세상의 시각에서 오히려 더 고난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하나님께선 그의 자녀에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결국엔 주께서 그의 계획 가운데 우릴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머지 가사 역시 손 목사가 성경을 보며 묵상한 내용이 바탕이 됐다. 두 번째 소절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에서 가져왔다. 손 목사는 “주님께선 이미 감사 거리를 다 주셨다”며 “삶 속에서 감사를 찾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소절을 쓰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손 목사는 행복을 부를 하니 사모의 모습을 보며 첫 소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손 목사는 음악경연프로그램 ‘보이스 퀸’ 탑7, ‘라스트 싱어’ 우승자인 하니 사모가 화려한 길 대신 찬양 사역자로 나아가는 걸 보면서 디모데후서 2장 21절 말씀을 떠올렸다고 한다. 첫 소절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은 그렇게 완성됐다.
행복은 2017년 발매 직후 지금까지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300만이 넘는 스트리밍 수를 기록했고, 17만명 넘는 이가 이곡을 들었다. 현재 월간 차트에서도 3위에 올라 있다. 손 목사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간 누렸던 일상이 없어지고, 행복의 조건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면서 우리 마음 가운데 참 행복에 대한 갈망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그 마음에 이곡을 찾아 들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지난해 12월 음원을 하나 발표했다. ‘은혜’라는 제목의 싱글 앨범인데 음악 목사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첫 열매와 같은 곡이다. 이곡은 현재 CCM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손 목사는 가사에 우리 삶이 은혜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담았다.
그는 “지난해 목사 안수를 준비하면서 지난 삶을 돌아보다 문득 내가 은혜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한계 지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은혜를 어느 특별한 시공간에서 받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묵상할수록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은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행복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기도 하다. 손 목사는 어린 시절 늘 가난과 싸워야 했다. 어머니 홀로 가정을 돌보는 상황에서 손 목사는 안 해본 일이 없었고, 그로 인해 건강도 좋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손 목사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니 믿음의 어머니가 보였다.
손 목사는 “어머니께서 우릴 홀로 키우면서 낙심하거나 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시대에 믿음의 어머니 밑에 태어난 것도, 방황하지 않고 살았던 것도, 새벽예배 마치고 나오며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모든 것이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경험 속에 환경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주님께서 주신 은혜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