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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중년남·완경 여성 빈혈땐 위·대장 내시경 검사 꼭 받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궤양·암·치질일 때도
내출혈탓 빈혈… 내시경 필수
남녀 발생 비율 3대 7
신부전·염증질환도 빈혈 불러
체리·시금치·육류 충분한 섭취를

사람 몸에는 약 5ℓ의 피가 돌고 있다.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혈색소)이 있어서 몸 속 여러 조직에 산소를 운반한다. 빈혈은 혈액 속 적혈구 수나 헤모글로빈의 양이 부족해 조직의 산소 요구량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헤모글로빈이 남성은 13g/㎗, 여성은 12g/㎗, 임신부는 11g/㎗ 이하인 경우 빈혈에 해당된다.단순히 어지럽다고 해서 모두 빈혈은 아니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은 빈혈 이외에도 다른 질병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어지러운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빈혈이라고 단정해선 안된다.

빈혈이 있으면 어지러운 증상 외에도 쉽게 피로하며 조금만 운동해도 숨이 차고 나른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 주위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창백하다거나 누렇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손발이 차고 혀가 붓거나 따가운 증상도 보인다.

어지럽다고 다 빈혈 아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매년 34만~36만명 가량의 빈혈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7대 3 정도로 여성이 훨씬 많았다.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은 ‘철겹핍증’이다. 몸 속에 철분이 부족해 헤모글로빈 생성이 저하되는 경우 발생한다. 철분 결핍의 원인은 체내 철분 요구량이 증가하거나 철분 섭취가 불충분할 때인데 특히 성인은 대부분 철분 손실에서 비롯된다.

가임기 여성은 생리로 인한 철분 손실로 빈혈이 흔히 발생한다.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대부분의 여성에게 빈혈이 생긴다. 뱃속 아이에게 철분을 나눠주면서 철분 요구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철 결핍성 빈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의해야 할 점은 남녀를 불문하고 치질이나 위장관 종양, 위궤양 등 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만성적인 출혈로 인해 철 겹핍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철 결핍성 빈혈이 위암이나 대장암의 첫 번째 징후일 수 있어 중년 이상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에서는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받고 확인해야 한다.

최은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위·대장암이나 위궤양 등으로 인한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지속되면 빈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실제 건강검진에서 철 겹핍성 빈혈로 나와 정밀검사 결과 위나 대장암이 발견되는 사례를 종종 본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도 빈혈을 초래한다. 무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땀을 통해 철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젊은 여성들 중에는 극단적 음식 제한으로 일종의 정신질환인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에게 철 겹핍증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살 빼기 운동을 할 때는 피로하거나 기력이 떨어지는 등 자신의 몸 컨디션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약물에 의해 적혈구가 파괴되거나 잘 생성되지 않는 경우에도 빈혈이 생긴다. 특히 음식을 가려먹는 어린이(밥은 잘 안 먹고 편식할 때)나 식사량이 적은 노인, 술을 마시느라 밥을 자주 거르는 사람은 적혈구가 잘 안 만들어지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성 신부전증이나 염증질환, 드물게 재생불량성빈혈 같은 악성 혈액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얼음 많이 먹는 사람, 철분 부족?

근래 철 결핍증과 ‘얼음 중독증(빙식증 혹은 냉식증)’의 상관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 관심을 끌었다. 빙식증은 얼음 같은 차가운 것을 반복적으로 먹는 성향을 말한다. 더운 여름뿐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하루 평균 500개 이상의 얼음을 씹어먹거나 얼음 음료를 마실 때 평균 10회 이상 리필하고 식사할 때나 심지어 자다가도 일어나 얼음을 먹는 사례도 있다. 빙식증은 흙이나 실, 종이 등 영양가 없는 것을 반복해서 먹는 ‘이식증’ 장애의 한 유형이다.

그런데 이런 빙식증이 철분이 부족할 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철 겹핍성 빈혈 환자 38명 대상 연구에서 60.5%(23명)가 얼음을 씹어먹는 중독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이 얼음 중독증을 보인 이들에게 철분을 보충하자 증상이 사라졌다. 프랑스 의학저널에도 매일 얼음 80개씩 5년 이상 먹던 환자에게 빈혈 치료를 시작하자 얼음 중독증이 없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철분이 부족할 때 얼음이 당기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고 영양학적, 정신적, 생화학적 기전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어진다. 학계에선 철 결핍에 의해 구강 및 혀 점막세포의 병리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주관적 증상을 보상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찬 것을 먹게 된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은지 교수는 “철이 결핍되면 혓바닥이 빨개지고 타는 듯한 느낌, 설염, 구강 점막 위축 등이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철 겹핍성 빙식증 환자를 1~2명밖에 못 봤을 정도로 드문 편”이라고 했다.

철 결핍성 빈혈은 혈액 내 ‘저장철(페리틴)’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치료는 식이요법 만으로는 불충분해 약물 치료가 꼭 필요하며 먹는 철분제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제환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먹는 철분제는 반드시 철분 함유량이 충분한 제품을 사용하고 몸 속 부족한 저장철을 회복하기 위해선 빈혈 증상이 나아진 후에도 4~6개월 정도 꾸준히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수한 철의 함량으로 하루 100~150㎎ 정도 고용량 투여가 필요하다. 의사 처방이나 약국을 통해 다양한 철분제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철분 빈혈 치료제는 변비나 위장장애가 심하다는 것인데,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한 제품도 나와 있다.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만 녹는 ‘장용 코팅 미립정(한국팜비오의 노페로캡슐)’의 경우 위장장애를 줄여 환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철 결핍성 빈혈을 예방하려면 평소 붉은 육류와 시금치, 달걀, 미역, 체리 등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특히 시금치에는 적혈구 생산을 돕는 엽산과 철분, 망간뿐 아니라 철분 흡수를 높이는 비타민C도 많이 함유돼 있다. 과일 중에는 체리가 으뜸이다. 체리에 함유된 철분은 딸기의 6배, 사과의 20배다. 엽산과 비타민도 풍부해 철분 보충에 도움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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