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외국어를 접하게 된다. 도로 위 돌발 상황을 안내하는 것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도로·교통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낯선 외국어 표현으로 인해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무심코 쓰는 용어 중에는 ‘톨게이트’가 있다. 유럽에 처음 도입됐던 통행료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서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 명칭도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톨게이트는 ‘통행료를 받는 곳’이라는 뜻인 만큼 ‘요금소’로 부르면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이 밖에도 고속도로에서 자주 쓰이는 ‘가드레일’은 ‘보호울타리’로, ‘바리케이드’는 ‘차단 울타리’로, ‘IC/인터체인지’는 ‘나들목’으로 다듬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부터 한국도로공사는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도로에서 쓰이는 외국어 표현을 우리말로 다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도로 위 얇은 얼음이 얼면서 겨울철 사고의 원인이 되는 ‘블랙 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으로 순화하고 ‘럼블스트립’은 ‘노면 요철 포장’이라는 말로 다듬는 등 전문용어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 위 야생동물로 인한 충돌 사고를 뜻하는 ‘로드 킬’은 ‘동물 찻길 사고’로 순화하는 것이 좋다. 도로 포장 표면에 구멍이 현상이 생겨 주행 중 사고가 우려되는 도로 상태를 ‘포트 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도로 파임’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어 쓰면 의미를 한결 이해하기 쉽다. 공공언어는 공공 행정을 제공하는 기관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쉬운 말로 다듬어 쓰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