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석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은 재개발 지역의 교회가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키워드로 3가지를 꼽았다. 초기 대응, 법적 대응, 협상이다. 그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 세 부분에서 잘 대처하지 못하면 기존 교회 건물이 있음에도 종교부지조차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잘 대처하면 오래된 교회 건물을 주고 새 성전을 받을 수 있는 축복의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많은 재개발 현장에서 활약하며 성공적인 협상을 끌어내는 컨설팅 전문가로 꼽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사랑을심는교회 담임인 그는 현재 고양 파주 의왕 용인 동두천 수원 등의 수도권은 물론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20여개 교회를 맡아 컨설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무법인 4곳, 세무법인, 교회건축 건설사와 협력하고 있다.
그가 전문가로 꼽히고 이렇듯 많은 교회의 협상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역시 비슷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목회하던 그는 2007년부터 12년간 재개발 보상문제로 조합과 다퉜다. 이 소장은 성도 100여명과 어렵게 교회 건물을 마련했는데 보상금액이 적어 다시 상가로 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다 막판에 그 상황을 역전시켰다.
그러고 나서 보니까 비슷한 상황의 교회가 많았다. 그는 그간의 힘든 과정이 많은 교회를 섬기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2년여 동안 100여곳을 도왔다. “재개발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그 지역의 교회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 하나가 교회 건물이 있어도 종교부지를 못 받는 경우다. “우리는 그냥 존치할 거야”라고 가볍게 생각하다 결정적인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어떤 교회는 재개발 구역 안에서 빠지긴 했는데 외딴 섬이 돼버렸다. 반대로 396㎡(120평) 부지를 갖고 있다가 694㎡(210평)를 받은 예도 있다.
법적 대응도 중요하다. 교회는 조합 측보다 처음부터 불리하다. 왜냐하면 지역 재개발 조합은 자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를 선임한다. 또 재개발 정비업체와 건설사에도 각각 법무팀이 있다. 협상도 쉽지 않다. “재개발과 관련한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는 보상금액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협상을 해야 하는데 자칭 재개발 전문가라고 하는 브로커가 나섰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큰 액수를 불렀다가 ‘알박기’로 낙인, 소송에서 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목사는 “재개발 보상문제는 어느 한 부분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교회 입장에서 포괄적,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결국 전문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를 선임해 도움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종합적인 식견을 갖춘 이로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교회 입장에서 교회를 섬기려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수임료만 챙기려는 자칭 전문가들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성공 보수를 낮게 책정하고 제대로 된 보상과 상관없이 시간만 끄는 이들도 있어요. 또 변호사라고 하면 다 될 것 같고 변호사가 다 해줄 것 같지만 교회, 목회를 이해하지 못하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를 찾기 전에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재개발 구역이 정해지면 공람 기간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때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종교 부지와 위치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동의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회가 도와주면 요구조건을 잘 들어줍니다. 또 그곳에서 목회할 것이기 때문에 조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소장은 이 과정에서 농성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며 그보다는 조용히 행정·법적인 대처를 잘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결국 마지막에 조합 측이 직접 찾아와서 협상하자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추진위 단계부터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를 다 잃고 나서 길이 없냐고 묻는 목회자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합리적으로 협상하면서도 부지는 물론 건축비용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기가 중요하다”며 “굳이 컨설팅 계약을 안 하더라도 연락을 주면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