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고개 숙인 벼



사는 곳이 신도시 개발지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성장과 함께 논에 있는 벼의 성장 과정도 지켜봅니다. 작은 모가 자라나 잎이 된 후 드디어 푸른 벼 이삭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분 며칠 사이에 그 푸른 벼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자주 보아온 벼 이삭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니 색달랐습니다. 그동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익은 후에야 고개 숙인다’고 오해했습니다. 벼는 어릴 때부터 고개를 숙이다가 잘 익어 수확을 앞둔 시기에는 꺾어질 듯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잎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고 있습니다. 아직 광합성을 하며 영양분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낱알들은 그 속을 채워갈수록 점점 더 아래로 고개를 숙입니다. 아직 어린 낱알도 속이 차 간다는 것을 보여주듯 겸손히 고개를 숙입니다.

알곡이 영그는 논가에서 나는 과연 내실 있는 사람인지, 겸손한 인격자인지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요 4:35)

이성준 목사(인천수정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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