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사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이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히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보건 관련 용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용어는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풀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공공장소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돼있는 자동 심장충격기가 대표적 예다. 자동 심장충격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근거해 시설 성격,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의료기기다. 심장박동이 정지됐거나 호흡이 멎은 사람에게 흉부 압박과 동시에 인공호흡을 실시해 뇌와 심장, 폐 등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관에 혈액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심정지 상황에서는 초 단위 시간이라도 인명구조가 지연되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만약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발견했더라도 ‘AED’ ‘자동제세동기’ 등 그 기능이 어려운 용어로 설명돼 있다면 선뜻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려운 용어로 기기 사용이 지연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선 유독 ‘바이오’라는 용어 사용이 크게 늘었다. ‘바이오 시밀러’는 ‘생명 의약품 복제약’으로, ‘바이오헬스’는 ‘생명 건강’ 등 쉬운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 의미 전달이 쉽다. 이 밖에도 ‘라이프 태그’는 ‘생명 팔찌’로, ‘마이크로 바이옴’은 ‘인체 미생물유전정보’로, ‘드레싱’은 ‘상처 치료’ 등으로 다듬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