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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양복 외길에 목회자 섬김까지 ‘붕어빵 부자’

엘부림 양복점 박수양 장로와 아들 승필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답십리 엘부림 본점에서 함께했다.


분당 할렐루야교회 교역자와 엘부림 양복점 대표 가족이 8월 1일 경기도 분당 할렐루야교회 예배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박수양 장로의 아내 김순희 권사, 박 장로, 김상복 김승욱 목사, 박승필씨.


목회자 섬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양복점 주인인 아버지는 40여년간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와 선교사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 가업을 이은 아들도 이를 따라 하고 있다. 최근엔 한 번에 목회자 40명에게 양복을 맞춰주었다. 엘부림 양복점 대표 박수양(70·서울 답십리침례교회) 장로와 아들 승필(36·분당 할렐루야교회)씨 이야기다. 이번에 양복을 선물 받은 이들은 분당 할렐루야교회 교역자로 4000만원 상당이다. 승필씨는 비용을 부담하고 양복 제작도 했다.

승필씨가 이렇게까지 한 데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답십리 엘부림 본점을 방문해 들은 이야기다. 2019년 11월쯤 그는 맹장이 터져 복막염을 앓았다. 제때 수술을 못해 염증이 심했다. 염증 부위가 주먹만 했고 의사는 약물치료를 권하면서 잘 회복될지는 봐야 한다고 했다. 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3주간 입원했다.

염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음식은 고사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운동은 해야 한다. 승필씨는 아무것도 못 먹고 하루에 병실 복도 100바퀴를 돌았다. 복도에는 음료수 자판기가 있어 돈만 넣으면 물과 음료를 마실 수 있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7일째 되던 날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때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물 한 모금만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하며 자판기 앞 복도를 지날 때였어요. 갑자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생각났죠. 피와 물을 쏟고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그러면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체감됐어요. 몸이 회복돼 퇴원하면 그 예수의 사랑을 전할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어요.”

3주 후 퇴원한 그는 할렐루야교회 설립 40주년 송구영신예배에 참석했다. 그때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강대상 위에 적힌 40이란 숫자가 유독 크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생각하는데 목회자 40명에게 양복을 맞춰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와 상의하니 1초도 고민 않고 좋다고 했다.

특별한 상황은 이어졌다. 마침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이 있었고 그 수령액이 양복 40벌어치였다. 할렐루야교회 청장년 담당 목회자에게 전화해 교회 교역자가 몇 명인지 물었다. 딱 40명이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했다.

양복 선물 프로젝트는 코로나 때문에 지난 7월에야 시작했다. 각 목회자 스케줄에 따라 교회를 방문해 치수를 재고 만들어지는 대로 보냈다. 40벌 선물을 모두 마친 8월 1일 교회에서 조촐한 기념식도 가졌다. 교회는 박 장로와 승필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상복 원로목사도 참석해 축복기도를 했다.

승필씨는 “무엇보다 목사님들이 옷을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고 기뻐했다. 태어나서 맞춤 양복을 처음 입는다는 교역자도 많았다. 암치료를 받고 겨우 회복해 참석한 한 교역자는 “옷을 다시 못 입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새옷을 입고 새출발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인사했다.

그는 “아버지가 그동안 왜 많은 목회자에게 양복을 맞춰줬는지 알게 됐다”며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목회자에게 양복을 맞춰주고 싶다”고 했다. “보통 교역자들은 ‘고별 정리’ ‘폐업 정리’ 하는 곳에서 양복을 산답니다. 그런 곳을 보면 서로 연락을 해준다고 하네요. 양복으로 섬길 목회자가 많다는 이야기예요. 다 해드리고 싶어요.”

박 장로는1968년부터 맞춤 양복 한길을 고수해 온 양복 명장이다.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와 선교사들에게 1년에 10여벌씩 양복을 선물해 왔다. 3월엔 칠순을 맞아 목회자 70명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

박 장로는 “가업을 이어받은 것도 기특한데 목회자 섬기는 것까지 따라 하니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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