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의 앞주머니는 금색의 알파벳 ‘Z’ 모양 자수가 꿰매서 잠갔다. 커다란 뒷주머니는 사라지고 모양만 남았다. 대신 무릎 위쪽에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3(Z플립3)가 딱 맞게 들어가는 작은 주머니가 자리 잡았다. 최근 호주의 청바지 브랜드 닥터데님과 삼성전자 호주법인이 협업해 제작한 갤럭시 Z플립3 전용 청바지 제품이다. 제품을 판매 중인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큰 주머니들, 잘 가.”(Bye bye big pockets, bye bye.)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들이 실용성을 넘어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용 청바지부터 에르메스, 톰브라운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까지 방식과 종류도 다양하다.
새로운 폼팩터와 다양한 색상 등 디자인을 강조하며 출시된 Z플립3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가장 활발한 제품 중 하나다. 이번 청바지 제품 이전에도 ‘스페셜 에디션’ 등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했다. 2세대 폴더블폰 당시에도 출시됐던 톰브라운 에디션은 이번에도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에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와도 협업해 Z플립3와 파우치, 스트랩으로 구성된 ‘우영미 에디션’을 선보였다.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웨어러블 제품에도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이 입혀진다. 애플은 최근 애플워치7을 출시하면서 나이키와 에르메스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애플은 에르메스와 2015년부터 협업 관계를 이어오면서 관련 제품을 출시해왔다. 이번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고유의 체인 모양 디자인인 ‘서킷 H’, 손목에 두 번 감는 형태의 ‘구르멧 더블 투어’ 두 종류로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패션브랜드 메종키츠네와 협업해 갤럭시 워치4, 갤럭시 버즈2에 메종키츠네의 상징인 여우 로고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갤럭시 워치4는 화면과 스트랩에, 갤럭시 버즈2는 충전 케이스와 이어버드에 여우가 그려졌다. 두 제품 모두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매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명품 브랜드와 협업 제품들은 높은 가격에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데도 빠른 시간 안에 완판되고 있다. Z폴드3·플립3의 톰브라운 에디션은 각각 396만원, 296만5000원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인데도 9시간 만에 46만명이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추첨을 통해 제품 구매자를 선정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도 일반 애플워치7(40만원대)의 3배에 달하는 160만원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준비 물량이 동난 상황이다.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선 이 제품들에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는 게시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은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갤럭시 워치4 톰브라운 에디션에는 3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한정판이 아님에도 20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기기들도 디자인을 강조하다 보니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협업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판매 성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