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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강자’ 인텔 방심했나… 애플·AMD 맹추격에 입지 흔들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철옹성 같던 인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자체 칩을 개발한 애플이 약진하고 있고, 경쟁사인 AMD의 추격도 매섭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인텔은 당분간 고전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AMD는 8일(현지시간) ‘액셀러레이티드 데이터센터’ 행사를 열고 메타(옛 페이스북)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AMD의 서버용 CPU ‘EPYC’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SNS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한 AMD는 서버용 CPU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AMD는 메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잇달아 고객으로 영입해왔다. 서버용 CPU 시장은 한때 인텔 점유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인텔 입지’가 절대적이었지만, 최근 AMD가 1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머큐리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AMD가 약 4% 포인트의 점유율을 인텔으로부터 빼앗았다. 과거에는 인텔 CPU의 성능이 압도적이라 선택지가 없었지만, AMD 제품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AMD가 2022년 선보일 3세대 EPYC 프로세서는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만든다. 인텔이 여전히 10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AMD가 초미세공정에 따른 성능 개선과 전력소모 감축의 이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자체 칩셋 ‘애플 실리콘’을 통해 인텔과 결별에 나섰다. 최근 M1 프로·맥스를 신형 맥북 프로에 적용하면서 전체 맥 라인업 중 4분의 3이 애플 실리콘으로 대체됐다. 애플은 2년 안에 인텔 칩셋을 모두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텔의 부진은 오랫동안 경쟁자 없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방심에 빠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모바일 칩셋 시장을 중심으로 초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했지만, 인텔은 소극적인 자세로 10나노 공정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위기를 느낀 인텔은 올해 초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투입하고, 2025년까지 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면, 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약해져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인텔은 올해 3분기 매출 181억 달러(SK하이닉스에 매각한 낸드플래시 사업부 실적 제외)를 기록해 시장전망치 182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4분기는 더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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