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빠뜨릴 수 없는 것



나이를 먹는 증거겠지요. 뭔가를 빠뜨리는 일이 늘어납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나섰다가 어디 두었는지도 모른 채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가 그쳤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궁색합니다. 우산 하나의 값보다는 그런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어디에 놓았는지 몰라 안경을 찾을 때도 있고, 휴대전화를 식당이나 화장실에 두고 와 그것을 찾느라 진땀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을 나섰다가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서야 뒤늦게 알아차릴 때도 있고요.

지난주 시골을 찾아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올 때였지요. 이것저것 챙겨 차에 탔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챙기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시동을 걸려고 호주머니를 뒤지니 자동차 열쇠가 없었습니다. 머쓱한 웃음으로 열쇠를 찾아와 시동을 걸었습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열쇠는 빠뜨릴 수 없었지요. 과연 나에게 믿음은 언제라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인지,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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