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낙엽의 의미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가을의 끝을 알립니다. 과거 군대에서 가을은 낙엽 치우는 계절이었습니다. 사단 본부에 근무했는데, 아침 점호가 끝난 후 건물 주변 낙엽을 치우는 게 일과였습니다. 비라도 오면 바닥에 딱 붙은 낙엽은 몇 번씩 쓸어내야 겨우 움직이곤 했습니다. 피곤한 아침에 주어진 중노동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낙엽을 쓸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어제 사단장님이 본부를 지나다가 낙엽을 보고 ‘마로니에 공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즉각 참모진을 통해 ‘낙엽을 그대로 쌓아 놓으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그해 남은 가을, 낙엽은 노동이 아닌 낭만의 상징이 되어 삭막한 병사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가을의 골칫덩이가 추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황량한 군대의 한구석에 빛을 비춰 주었습니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할 때 생기가 흘러가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로 우울하고 힘든 요즘, 생명 있는 말로 주위를 살려냅시다.

이성준 목사(인천수정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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